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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Aug 11. 2015

Chapter1-2. 노니까 아이다. 노니까 사람이다.

이야기와 놀이

아이에게 이야기는 놀이, 그 자체다. 


최근에는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을 손쉽게 접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겐 놀이를 배척하는 굳건한 사회적, 문화적 전통이 자리하고 있었다.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농경사회에선 근면이 최고의 덕목일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추방해야 할 악덕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끈질기게 놀아왔다. 나만 놀아왔나?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10분에 불과한 쉬는 시간에도 지우개 따먹기를 하고, 이불속에서 낄낄대며 비밀 이야기를 나눴으며, 오줌을 싸는 순간에도 누가 높이 오줌줄기를 올리나로 내기까지 하면서... 참으로 열심히 놀아왔다. 그 부분에는 자긍심을 느껴도 좋을 정도다. 신생아 때조차 엄마 젖을 빨 때도 젖꼭지로 장난을 치고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놀이란 확실히 뭔가 대단히 강력한 본능임에 분명하다. 


이렇게 줄기차게 놀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적이지 않은 행위'라는 오명을 쓴 '놀이'는 문화적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었다. 덕분에 놀이탐구의 역사도 오래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웃는 동물 animal ridens이란 개념을 만들고 수천년이 지나고 나서야 '노는 인간 Homo Rudens'이라는 용어가 정립되었으니, 그 놀이 유전자의 강력함을 억누르려는 사회적 압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도 짐작할 만하다. 따지고 보면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는 권력자들 입장에선, 낄낄대며 이야기를 만들고, 공연하고, 열심히 노는 사람들이 얼마나 미워 보였겠는가? 

<장미의 이름>에선 실제로 웃음 때문에 수도사들이 죽어나간다!!! 


우리도 그런 표정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은지 거울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요한 하위징아 Johan huizinga, 카이와 Roger Caillos의 조언을 떠올려보자.


노니까 어린 아이다! 노니까 사람이다!


그들은 놀이가 현실을 흉내 내는 차원을 넘어선, 현실 그 자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놀이에는 언제나 최소한의 약속이 필요하고 그 약속 안에서 신나게 놀면서 우리는 현실을 배우고, 때론 현실을 넘어설 방법을 모색한다. 


실제로 아이가 "아빠! 놀아줘!"하고 뛰어오는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아이는 참으로 절박하게 놀이를 갈구하고 있지 않은가! 최종 경쟁 PT를 앞둔 광고회사 AE의 간절함조차 견주지 못할 정도다. 그 이유는 아이의 DNA 속에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경험을 축적하고자 하는 욕구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놀자!"는 외침은 (어른의 말로 번역하면) "아빠, 엄마, 공부하고 싶어요!"와 마찬가지의 의미다. 


그렇다면 이야기로 어떻게 놀 수 있을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물론 좋다. 하지만 아이에게 이야기는 놀이의 형태임을 기억한다면, 굳이 어른의 독서처럼 정적일 이유는 없다. 이 즈음에서 놀이의 대가가 들려주는 분류법을 살펴보자. 


앞서 말한 하위징아나 카이와 같은 이들은 놀이를 4가지로 구분했다. 쉽게 요약하자면

1) 경쟁놀이 2) 행운놀이 3) ~인 척하는 놀이 4) 현기증을 일으키는 (몸)놀이


이 네 가지 놀이구분은 두 가지 측면에서 효용이 있다. 첫째, 이야기의 창작모티프로서 활용 가능하다는 점과 둘째, 이야기 들려주기 방식에 적용할 수 있단 점이다. 


먼저 창작 모티프로서의 활용법을 간단히 살펴보자.  


토끼와 거북이는 경쟁이란 아주 친근한 구조를 모티프로 한다. 행운놀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우연히 얻게 되는 농부 이야기와 연관되고, ~인 척하는 놀이는 왕자와 거지, 현기증을 일으키는 몸놀이는 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호랑이가 등장하는 해님달님이 가까운 예가 될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놀이로서의 이야기 모티프는 아이에게 동화를 만들어 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이리저리 섞어서 구조를 짠 다면 훨씬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원재료가 된다. 어쨌든 동화 만들기는 추후에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야기 들려주기 방식이다. 


만약 아이에게 동화책을 들고 읽어주거나 지어내서 이야기를 들려줄 때, 호랑이가 어흥! 하는 정도의 성대모사 정도가 전부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놀이 형태에 가까운 이야기하기를 추천한다. 이야기는 놀이이기 때문이고, 놀이로서 구연될 때 아이들은 더 극적으로 반응하고 이를 경험의 형태로 쉽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놀이로 활용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할 때는 실제로 경주를 해보는 것이다. 거실이 좁거나 층간소음이 걱정이라면 작은 침대나 소파여도 상관없다. 

"자! 침대 끝에서 베개 있는 곳까지 가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놀이로서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장소나 이야기 내용이 아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아빠가 토끼가 되고, 아이가 근면한 거북이가 되는 순간, 단순한 우화는 풍부한 이야기로 아이 마음속에서 다시 창작된다. 이야기가 잠시 머물다 흘러나가지 않고, 놀이의 DNA와 결합해 강렬한 경험으로 축조되는 것이다. 


요컨대 사랑하는 아이를 위한 이야기나 동화를 창작함에 있어 핵심은, 대중성을 지닌 플롯이나 교훈적인 메시지, 방대한 서사에서 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야기하기의 핵심은 독자인 아이의 마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게끔 하는데 달렸다. 


이는 아이들 이야기만의 영역이 아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의하면서 접하게 되는 학생들의 과제에서도, 언뜻 엉성해 보이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빛나는 부분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게 바로 재능이다. 왜냐하면 좋은 이야기는 마음을 본 따 설계되기 마련이고, 그런 이야기만이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현기증을 일으키는 몸놀이도 마찬가지다. 소파는 배가 되고, 아빠는 '째깍째깍' 시계를 삼킨 악어가 되면 된다. 피터팬이 소파처럼 생긴 배 위에서 소리치는 동안, 아빠는 그 앞에 앉아 '째깍째깍'이 됐든 '똑딱똑딱'이 됐든 시계 소리를 내며, 입을 한번씩 벌리면 된다. 아이의 눈에는 아빠의 아말감 한 이빨이 후크선장의 손목을 물어뜯은 무시무시한 악어의 이빨로 보이게 될 것이다. 몸을 감싸는 현기증에 오싹해져 소리를 지르는 건 당연하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들려주기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니 이 세상의 멋진 엄마 아빠들이여! 기억하라! 

동화나 이야기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중요하단 사실을...



아버지가(어머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키울 때 그 자신이 극복할 수 없었으며 여태껏 꼭 극복해봤으면 하고 희망하는 자기 내부의 것들을 아이에게서
발견하려 한다.

아이는 약하니까 아버지의 그런 요구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형성되어가는 도중의
인간을 움켜잡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예컨대 그가 자신의 탁월함으로 여기고 있는 그 무엇,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 안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그 무엇이 아이에게 결여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아이에게 두드려 넣기 시작한다. 그런 짓은 아버지 자신에게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아이에게서는 실패하고 만다.

두드려 넣는 동안 아이를 두드려 부수고 말기 때문이다.   

- 프란츠 카프카의 일기 <위대한 꿈의 기록> 중 -
 

 매일 밤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를 위해 직접 동화책을 만들어 주는...

 동화나 이야기작가를 꿈꾸는... 

 아이와 노는 방법이 막막하거나 어떤 방법이 좋을지 모르는...

 아이 키우기가 고되게만 느껴지는 ...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한...

 위대한 철학자, 작가 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웠는지 궁금한...

 인문학에 관심있는...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를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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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아이는 부모의 이야기를 먹고 자란다 - 엄마 아빠의 스토리텔링으로 아이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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