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와 글쓰기는 무슨 관계일까

브런치를 통해 출간제안받는 법(18)

by 뮤즈노트

도구로서의 책, 목적으로서의 책


자기 계발서나 성공학 베스트셀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성공만을 목표로 한 책, 그리고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함께 밝힌 책입니다. 예를 들어 가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는 성공하는 방법(How)에 집중합니다. 즉 성공전략이란 도구를 독자에게 쥐어주는 것이죠. 반면 로빈스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같은 책은 성공하는 방법에 앞서 성공해야 하는 이유(Why)를 밝힙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아량, 더 행복한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윤리적 목적도 함께 밝히는 것입니다. 이 두 유형은 모두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독자로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목적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글을 잘 써서 책을 잘 팔면 그만이고 성공학 서적에 성공만 담겨 있으면 독자는 만족할 텐데 굳이 '윤리적 목적'까지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는 윤리를 실생활과는 무관한 것, 돈 버는 데 있어 쓸모없는 분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도덕형이상학의 정초>란 책에서 칸트는, '도덕은 행복과는 무관하다'라고 까지 말합니다. 그래서 윤리적으로 사는 게 힘든 것이기도 하죠.


그런데 철학은 이상하게도 존재론, 인식론과 함께 윤리가 속한 가치론을 가장 중요한 탐구주제로 삼습니다. 윤리에는 학문적 쓸모 이상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목표 달성 이후에도 답을 주는 윤리


예전에 유명 강사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영상으로 보는 것과 달리 몹시 지쳐 보였습니다. 그분은 '예전에는 유명한 강사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다 이룬 지금은 그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돈을 버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많으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고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돈이 유일한 목적이었다면 이후에 찾아오는 공허감에 길을 잃기 쉽습니다. 출간은 물론 취업이나 대학진학이나 우리가 꿈꾸는 모든 일들이 그러합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목표 달성 이후에는 욕망보다 짙은 권태로움이 찾아오는 것이죠.


반면 어떤 사람은 목표를 이룬 뒤에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살아갑니다. 그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놀랍게도 비슷한 답을 내놓습니다. '윤리적인 목표'가 담겨 있는 것이죠.


유명 MC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은 돈과 명예는 충분하여 쉴 법도 하지만 과거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이끌기 위해 방송을 한다고 합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환자를 위해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남는 의사도 있고, 큰돈도 되지 않는 무료 강의에 선뜻 나서는 교수님도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떻게(How)와 함께 이유(Why)를 함께 생각하며 산다는 점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옮긴 원시불교의 경전인 <아함경>에도 돈을 벌겠다는 세속적인 목표를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벌었으면 그중 1/4은 베풀어라, 네게 명예와 권력이 있다면 연민을 가지고 사람들을 돌봐라'


내가 돈을 벌고 명예와 권력을 얻는 것엔 타당한 윤리적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윤리는 남을 위한 도덕책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실용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이유에 답해야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작가이자 의미치료를 창시한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고통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독일군의 참혹한 수용소 생활을 겪은 그는 육체적 고통은 생각보다 힘이 세지 않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죽는 것은 고통의 이유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때라고 합니다.


그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이 참혹한 실상을 알리고 사람들을 깨치자는 윤리적인 의미를 고통과 시련에 부여합니다. 매일 유리조각으로 면도를 하고 세면을 하면서 고통에 자신만의 의미표를 부여합니다. 그는 그렇게 살아남았고, 인간은 단순히 즐거움과 힘만을 좇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좇는 존재임을 밝히는 학자가 됩니다.


저 역시 작년 말에 두 권의 책을 한꺼번에 내느라 지쳐서 글쓰기를 게을리하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얼마 전 제 책에 달린 리뷰를 봤습니다. 출근하면서 책을 보다가 큰 위로를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말에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힘들었지만 책 쓰길 잘했다', '독자가 위로를 받고 격려를 얻었다면 계속 써야겠다'라고 힘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베스트셀러를 쓰는가'는 물어볼 법한 질문입니다. '왜 글을 쓰는가?'는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그 순간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책이 성공하든 안 하든 쓰고 싶든 그렇지 않든 우리를 다시 책상 앞으로 불러 앉히는 힘이 됩니다. 윤리는 글을 더 정성스럽게, 지치지 않고, 성실하게 쓰게 만듭니다. 결국 좋은 사람이 좋은 책을 쓰게 해 줍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554384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610921



매거진의 이전글글쓰기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