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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Jun 28. 2017

오만과 편견(2005)

글로 배운 로맨스

오만과 편견 (2005)

드라마, 멜로/로맨스  영국  128분  2006 .03.24 개봉 조 라이트키이라 나이틀리(엘리자베스 베넷), 매튜 맥퍼딘(미스터 다아시), 브렌다 블레신(미시즈 베넷) [국내] 12세 관람가


좀 어처구니 없거나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자신이 누군가와 연애나 결혼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청춘남녀가 실제로 존재한다. 


이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1. 근자감에 기반한 경우 

2. 사실에 기반한 경우 

3. 자존감에 기반한 경우 


1번이야 걱정할 필요 없다. 시간이 약이다. 쓰디 쓴 시간이란 약을 복용하면 낫는다. 

부작용으로는 순식간에 자기비하의 화신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2번처럼 그 근거가 객관적인 조건과 타인의 세평에 의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돈도 있고, 외모도 출중하며, 직업(계급)도 좋다. 이게 2번에 해당하는 전형적 인물인 미스터 '다아시'의 문제다. 그는 자긍심인지 오만인지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뻣뻣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뻣뻣했다면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길 일조차 '다아시'에게는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 

잘난척 안하무인이군... 사회적 편견은 이런 식으로 프라이드 뒤에 슬며시 따라붙는다. 

다 갖춘 '다아시'에게 오만과 편견은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가 되어 자리하고, 

그의 잘못이든 아니든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3번은 우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사례에 해당한다. 

그녀는 사회적 관습에 연연하지 않으며, 당차고 활달하다. 

책을 좋아해서인지 사리분별에 명확하며 지적이다. 구차하게 타협하는 적당한 인생보다는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높은 자존감은 평소엔 문제가 없지만, 힘(권력 또는 사랑)으로부터 도전받을 때 활동하기 시작한다. "괜찮지만 반할 정도는 아니야..."라는 잘난 2번의 말이 방아쇠가 된다. "나도 됐거든!"이란 반응이 즉각 튀어나온다. 3번은 높은 자기애와 프라이드에 대한 반발로 편견을 불러들인다. 


2번과 3번 모두 오만과 편견이 쌍을 이뤄 들러붙는다. 둘 다 절망적이다. 

차이가 있다면 2번이 사회적인 것에 가까워 개인이 떼어내기 어려운 굴레라면

3번은 개인적인 것으로 떼어봄직하지만, 타고난 본성과 확고한 가치관에 기반한 것이기에 어찌보면 2번보다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는 대책없는 2번과 3번이 담긴 비커에 사랑이라는 촉매를 넣어본다면? 이라는 흥미진진한 구조로 성립된다. 둘은 처음엔 자신의 자리를 고수한다. 2번은 그녀를 사랑하긴 하지만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서 오는 오만과 편견의 시선으로 '엘리자베스'의 가족을 바라본다. 3번은 그런 뻣뻣한 '다아시'에 반발하며 "그 정도의 인간이랑은... 나도 됐거든"초식을 발휘한다. 


당연히 둘의 결합은 실패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촉매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간다. 

여기서 잠깐 화학상식 : 투입되는 촉매량과 촉매와의 접촉면적이 많을 수록 화학반응은 빨라진다. 


두 사람은 서로를 미워하지만, 사랑의 촉매는 계속 부어진다. 이유는 없다. 우연히 자주 마주치게 될 수도 있고, 운명처럼 첫눈에 반한 그 감정이 자아분열 할 수도 있다. 그게 사랑 촉매의 좋은 점이다. 


우연히 '다아시'의 성을 방문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사랑하고 아끼는 여동생의 모습에서 그의 내면에 자리한 순수함을 발견한다. '다아시'는 그녀와 접촉면적이 넓어진 시간동안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었는지 깨닫는다. 둘의 화학작용은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한다. 


화학반응은 서로의 굴레를 벗겨주고 다른 존재로 융합할 수 있도록 만든다. 2번은 그녀의 행복을 위해 댓가없는 희생을 치르고 경멸해마지 않던 그녀의 가족들 앞에서 청혼을 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오만과 편견을 내던진다. 3번은 위컴과 같은 세속적 인물들을 경험하며 배운 바를 토대로, 편협한 자기애가 만든 편견의 무서움이 무엇인지 깨닫고 마음을 연다. 


이야기는 사랑의 위대함이 주제일 수 있지만, 실은 인격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두 사람 다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 성장했고, 더 나은 인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택함으로써 사랑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사랑은 인간사에 있을법할 다른 경험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성장시킬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유없이 촉매가 부어질 때 과감히 자신을 돌이켜 생각을 변화시키고 가치관을 바꾸며, 오만과 편견을 떨쳐 버릴 수 있는지 여부로 좋은 사랑과 나쁜 사랑은 결정된다. 


사람은 모두 어느 정도의 오만과 편견 속에 살아간다. 더불어 사랑의 촉매는 어느 순간 부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되돌아 볼 수 있는 인격을 가진 인간은 결코 나쁜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실에 이르든 운명의 장난으로 그렇지 못하든 그를 변화시켜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하여 연애경험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며, 한번의 연애라 할지라도 내 안의 오만과 편견의 드센 날을 정직하게 바라봤던 사랑이라면 가치있다. 


골치아픈 개인사가 아닌, 누군가와의 사랑으로 성장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경험은 인생에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줄의 교훈 : 화가 치밀어 오를 때, 그 분노를 직시하는 태도처럼 사랑이 불타 오를 때, 나의 모습을 돌아볼 줄 아는 인격. 좋은 사랑은 좋은 인격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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