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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Mar 13. 2019

영어학원과 피아노 교습

의무보다 중요한 것

학원을 보내는 이유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부모님의 마음은 바빠집니다.

특히 학원을 많이 찾게 되는데, 그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1. 교육목적 : 애가 뒤처지지 않게 미리미리 가르치자

2. 아이돌봄 : 낮시간에 아이를 봐줄 형편이 안되니 돌봄용으로 활용하자

3. 커뮤니티 : 학부모 모임이 학원 위주로 만들어지니 빠지면 안 되겠지


여러모로 유용한 방식이니, 부모 입장에선 아이를 학원에 등록시킵니다. 그런데 아이가 학원을 즐겁게 다니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학원 분위기가 마음에 안들 수도 있고, 싫어하는 친구나 선생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억지로 공부나 숙제를 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요.


부모의 상황만큼이나 아이에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좋고 싫음이 결정됩니다. 인간은 누구든 싫은 것을 싫어하게 돼 있습니다. 저만해도 출근이 싫을 때가 많아요.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니? 싫어도 해야 하는 거야!

맞는 말씀인데, 문제는 싫은데 해내야 하는 의무가 너무 이른 나이에 부여된다는 점입니다.


의무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독서나 공부는 평생에 걸쳐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걸 매우 고통스럽게 경험하고 누군가는 즐거움으로 경험합니다. 양자의 차이는 한쪽은 아주 오랫동안 해나갈 수 있고, 한쪽은 의무에서 벗어나는 순간 아예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죠.


여전히 문제는 너무 이른 나이입니다.


제 주변에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데, 특징은 누가 시켜서 공부를 했단 기억이 거의 없단 겁니다. 반대로 같은 회사에 일하면서도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아, 대학교까지 공부하느라 힘들었는데 뭘 또 공부해...'란 말을 합니다. 이들에게 공부는 의무인 것이고, 의무를 벗어나 돈을 버는 순간부터 공부를 내려놓습니다. 만약 승진이나 뭔가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면 책을 잡겠지요. 아주 고통스럽게...


따라서 아이일 때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의무보단 '뭔가를 알아간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무가 강조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나 삶의 즐거움인 지적 호기심이 평생의 고통이 되어 버립니다. 가장 비극적인 케이스죠. 어차피 중고등학교, 대학교 줄줄이 의무 투성이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초등학교 때만이라도 배움의 터전을 다져줘야 합니다.


이런저런 사례


그런데 저희 집도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위의 세 가지 이유에 모두 해당이 됩니다. 갈등합니다. 갈등의 내용은 이런 겁니다.


평생의 기쁨을 의무에서 오는 고통으로 변질시킬 것인가?
자연스럽게 스스로 학원을 가야 할 이유를 생각게 하는 법은 무엇일까?
아이가 싫다고 할 경우, 조바심을 내려놓고 인내할 각오가 돼 있는가?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대처합니다.


1. 아이가 뭔가를 배울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2. 하기 싫은 날, 혹은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의견을 존중하고 안 보내기

3. 조금이라도 배우고 성취한 걸 보여줄 때 칭찬해주기


가끔 아이를 데리고 치과를 가야 한다든지 할 때, (아이가 알면 시끄러워지니) 아내와 영어로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답답해하며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한국말로 하라고 말합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엄마와 아빠는 외국 친구들과 사귀기 위해 영어를 배웠는데, 너도 배우고 싶으면 배우게 해 줄게. 그럼 엄마 아빠 영어도 알아듣겠네~라고 구체적인 배움의 의미와 동기를 부여합니다.


당연히....


아이는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뭐 배울 것까지는... 됐다고 합니다.

(흥! 엄마 아빠의 꾐에 넘어갈 줄 알고)


부모는, 아~ 그렇구나... 그렇게 시간이 흐릅니다.


친구들이 영어학원 가서 놀거나 알파벳 읽는 걸 보게 됐을 수도 있죠. 혹은 집에서 뒹굴대는 게 아주 지겨웠거나, 정말로 아빠 엄마의 대화를 듣고 싶었을 수도 있고요. 어느 날 나 영어학원 다닐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학원을 다닙니다. 가끔 가기 싫다고 하면, 보내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꼭 가야만 하는 경우엔, 안 되는 특정 상황(돌봐줄 분이 없다든지 등)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아이에게 학교 교육 이외의, 앎에 대한 주도권을 온전히 주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이렇게 통례와 다소 어긋난 자세는 서로 다른 집안 상황을 차치하고, 부모 나름대로 굳은 신념과 각오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의무로 얻는 것보다, 스스로 배움이 더 중요하단 철학

 

아이는 영어학원외에 피아노 교습도 받고 있지만, 그 역시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친구 결혼식 축가를 부탁받았습니다. 한 번도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었는데 밤에 두 시간씩 두 달 간 책을 보며 독학으로 연습을 해서 무대에서 연주를 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도 일종의 작은 도전이었죠. 아빠가 피아노를 연습하고 결혼식장에서 연주하는 모습이 꽤 인상 깊었던지 어느 날 피아노가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요즘도 제가 피아노를 연습하면 와서, 자신의 피아노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자랑하곤 합니다. 즐거워 보여서 저도 즐겁더군요.


제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건 부모가 크는 일이 먼저입니다.

매사에 아이를 인격체로 대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생각할 공간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내가 먼저 일상을 깨고 도전하고 성장하려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자랍니다.  


따지고보면 우리는 남들처럼 그렇게밖에 키울 수 없는 수만가지 이유를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 망가진 공교육, 돈을 버는 고단함, 여유가 없는 가계상황, 자신이 처했던 불행했던 과거와 가정사... 때론 학원이든 지원이든 더 해주고 싶은 데 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좌절까지 말이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여전히 '내가 살아보니 이런 것 같아'나 '이렇게 너를 위해 희생하고 있어'...가 아니고, '지금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이런 꿈을 꾸고 있고, 이런 노력을 하고 있어'...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삶에 찌든 부모의 모습보다 꿈을 꾸는 모습을 닮으려 할 것입니다. 그런 어머니 아버지 모습에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긍심을 느낄테니까요.    


아이에게 의무를 부과하기에 앞서 조바심 나지만 기다려주는 것,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 스스로 판단해보게 하는 것, 더불어 모두가 보내는 학원이지만 나는 왜 보내려 하는지, 보낼 수 없는 형편이라면 대신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나의 불안은 무엇인지, 아이의 삶을 위해서라고 부여하는 의무가 어떤 결과로 이를지... 설거지하며, 퇴근을 하며 곱씹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런 아이를 위한 작은 고민들이, 입 열면 바로 튀어나올 수 있는 당연한 이유들보다 훨씬 어렵지만 성의있는 노력임을 인정해야합니다. 


결국 내가 스스로 조바심 속에 인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내가 나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와중에 짜잔! 하고 철학이란 게 생길 테니까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


다시 그 철학에 대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와 대화하며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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