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편지
아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몇 안 되는 동영상을 반복 재생하고,
크고 부드러웠던 손의 감촉을 느끼고 싶어서
사진 속 아빠 손을 확대해서 보고 또 보고,
내가 미처 몰랐던 속마음을 알고 싶어서
그때는 놓쳤던 아빠 표정을 읽고 또 읽고..
그립다는 건 모호한 감정이 아니더라.
온몸을 휘감아 숨통을 죄고
위장으로부터 시작해 애를 끊었다가
심장을 식히고 매일밤 삶에서 한발 멀어지게 하는 것,
고통에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날 선 칼 위에서 추는 춤 같은 거더라.
아빠가 사랑한다는 건
가라앉는 당신의 몸을 바쳐 우리를 숨 쉬게 하고
몸속에 커다란 돌덩이들이 자라는 것도 모른 채
심장을 데워 매일 아침 삶 속으로 걸어가는 것,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는커녕 기꺼이
날 선 칼 위에서 춤을 추는 것.
아빠, 이제 그만 거기서 내려와.. 편히 쉬세요.
언제나 당신을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딸이
어제보다 더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