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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내리는 눈 Jan 04. 2021

아침 기상

겨울방학이 끝나고 다시 어린이집 나가는 날 아침의 기록

엄마 같이 나가

방 안에서 네가 말했다.

왜? 혼자 나가 봐

아직 불 꺼졌어

아아~ 아직 거실에 불이 꺼져 있어? 괜찮아

엄마 손! 같이 나가

무서워서 그래?

도깨비 있을까 봐?

엄마 손 잡아 줘

도깨비 없어 괜찮아 혼자 나가 봐


결국 네가 울음을 터뜨렸다.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내가 심술궂은 장난꾸러기 엄마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거실에 혼자 나가도 괜찮기 때문이야. 소파에는 아빠가 자고 있어.

마는 불을 켜 줄 거야.

그런데 너는 믿지 못하고 엄마의 다리를 감은 채 손을 잡아 달라고 하네.

밖으로 나가야 장난감도 있고 너를 사로잡을 텔레비전도 있고 아빠도 있고 오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을 알면서도 어둠을 마주치니 겁이 나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고 문만 빼꼼 열고 울고 있어.


엄마 가지 마

아니야 엄마가 이 쪽으로 가야 불을 켤 수 있어

저기 아빠 있네 뛰어가 그동안 엄마가 불을 켤게 할 수 있지?

눈물을 닦고 비장한 각오로 와다다다 네가 소파로 뛰어갔다.

그리엄마는 스위치를 탁 켰다.

짜잔! 불 켜졌네? 환해졌네!

밤새 일을 하고 소파에 쪼그려 누워 자던 아빠의 품 속으로 풍덩 뛰어든 네가 환히 웃었다. 잠결에 네 머리통으로 명치를 세게 맞았지만 솜뭉치로 맞은 듯 하나도 아프지 않은지 아빠도 부스스 일어났다.

거 봐 괜찮잖아.

어두워도 나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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