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잘리 Sep 30. 2019

진심을 다한다는 건

오늘 하루 진심 전해 보기

어느 다큐 프로그램에서 음악을 들려주며 키우는 식물이 그렇지 않은 식물에 비해 조금 더 빠른 성장 속도와 수확량을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임신부가 아이의 안정과 정서발달을 위해 태교음악을 들려주는 것처럼 식물이 사람이나 동물처럼 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을 매일 들려주면 그 자극이 식물의 세포막에 전달되어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음악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주로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조합한 자연의 소리를 좋아한다는 것.


사람들의 음악 취향이 모두 다른 것처럼 식물들도 반응을 보이며 좋아하는 음악들이 있고 이런 음악들을 들었을 때 더 큰 성장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식물도 사람처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구분이 있다는 사실에 마냥 신기했었다.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 중에 유난히 식물을 잘 키우는 선배가 있었다. 조그마한 화분에 작은 씨앗을 심어도 언제나 먼저 싹을 틔우는 건 선배의 화분이었다.


마법의 손처럼 신기하게도 선배의 손이 닿는 화분의 식물들은 파릇하게 싹을 올리고 싱싱하게 자라 예쁘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거나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었다.


화분에 심어놓은 방울토마토부터 건물 옥상에 꾸며놓은 작은 텃밭에 허브들까지. 그에 반해 내가 심은 식물들은 선배의 식물에 비해 싹이 더디게 올라오거나 눈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열매가 열리거나 급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시들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내가 식물에 욕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함부로 대한 것도 아닌데 유난히 식물 키우는 데 있어서는 별다른 소질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날보다 서둘러 출근을 한 나는 일찍 출근했다는 선배의 문자를 받고 커피 한 잔을 손에 든 채로 선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조용히 안으로 들어서자 잔잔한 음악과 함께 선배가 푸르게 잘 자란 토마토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왔어?"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지지대 좀 해 주려고 일찍 왔어."

"지지대요?"

"곧 토마토가 열릴 텐데 그럼 얘가 얼마나 무겁겠어? 지지대도 해 주고 햇빛 나오기 전에 물도 주고 오늘은 날이 좋다니까 햇빛 올라오면 창 밖에 햇빛 좀 보라고 내놓으려고... 참, 집에서 찾아봤는데 어느 정도 크고 나면 분갈이를 해주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


순간 깨달았다. 내가 키우는 식물들과 선배의 식물들이 다른 이유를.



내가 더디게 올라오며 자라는 식물을 탓하고 있을 때 선배는 식물이 어떻게 하면 잘 자랄 수 있나를 매일 생각했던 거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면 너무 피곤한 나머지 씻고 바로 잠을 청하던 나와 달리 선배는 퇴근 후 피곤하지만 잠시 틈을 내어 토마토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을 찾아보고 준비했던 것.


내가 일기예보를 보며 내일 우산을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때 선배는 내일 날이 좋으면 화분들을 햇빛에 꺼내 두어야지 생각했던 거였다.


식물이지만 사람처럼 얘라고 부르며 피곤했을 텐데도 집에 가서 토마토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을 찾아보고 준비하고 진심을 다해 보살폈던 게 선배의 식물과 내 식물이 다른 이유였다.


나는 식물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관심이 부족했던 것. 선배는 괜한 식물계의 마이더스의 손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느 때인가 선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람이던 뭐든지 간에 마음을 다해야지 상대방도 내 마음을 알고 진심으로 대하는 거야, 하다못해 집에서 키우는 말 못 하는 애완동물도 진심을 다하면 어느 순간부터 눈빛만 봐도 뭔가 서로 딱 느껴지는 게 있거든."


난 그저 이론에만 충실해 말로만 "예쁘다, 예쁘다, 쑥쑥 잘 자라라."만 반복해왔었지 내 그 말들 속엔 정말로 식물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진심과 식물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역시 다를 바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상대방 역시 나에게 그저 같이 일하는 사람, 그냥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언제 밥 한번 먹자." "연락 자주 할게, 또 보자."라는 말은 별다른 의미 없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들 중 하나라고 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런 흔한 말들보다 진심을 다해 마음을 담아 내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웃음 한 번 전해 보는 건 어떨까?


이 세상에 진심을 담은 말보다 더 멋지고 귀한 말은 없을 테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