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설렘을 안고...
20160702 UTC+09:00
한정된 예산과 시간, 턱없이 부족했던 준비 기간 등으로 자유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 14일 동안 원하는 나라를 여행하기 위해선 '패키지여행'밖에 대안이 없었다.
루브르와 마카롱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프랑스, 파리는 꼭 가보고 싶었다. 생전 처음 떠나는 유럽인지라 에펠탑 앞에서의 인증샷이 내내 탐났으리라. 그래서 패키지 선택에 가장 중요했던 건 여행지에 '파리' 포함 유무였다.
짐이라고는 텅텅 빈 작은 캐리어하나. 카메라, 충전기, 속옷, 반팔 2~3벌, 반바지 2벌이 전부. 열흘간의 여행치고는 정말 단출하게 짐을 꾸렸다.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은 처음이라 다소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견딜 만 했다. 다만, 멍청하게 창가 쪽 자리에 앉아 화장실 갈 때마다 너무나 불편했다. 그나마 민폐를 줄이고자 눈치 보다가 옆 사람 화장실 갈 타이밍에 같이 나가는 식으로 ... 참고로 옆자리는 커플이었다. (덕분에 맥주와 와인도 거의 못 마셨다.)
기내식 두 번에 간식이 한 번 나온다. 맛과 양은 나쁘지 않다. 12시간 동안 체계적으로 사육당하는 느낌이다.
파리에는 두 개의 공항이 있다고 한다. 어찌나 준비(공부)를 안 했던지 공항 이름도 이날 처음 들었다. 유럽과 미국 등은 공항 이름에 역사적 위인들의 이름을 넣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것 참 좋은 것 같다. 인천공항도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공항으로 부르면 좋을 것 같은데,..
샤를드롤 국제공항은 생각보다 작고 한산했다. 불어의 ㅂ도 모르는 터라 어림짐작으로 표지판을 해석하여 짐을 찾고 출구로 나왔다.
이번 패키지 그룹은 인원이 많아 특이하게 두 대의 비행기로 나눠서 왔다. 아시아나항공을 탄 우리 그룹과 대한항공을 탄 B그룹. 대한항공을 탄 B그룹은 우리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샤를드골이 아닌 오를리 공항으로 도착한다고 한다. 샤를드골에 먼저 도착한 우리 그룹은 가이드가 적성에 몹시 맞지 않아 보이는 현지 가이드의 인솔 아래 버스를 타고 오를리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버스는 무려 볼보. 태어나서 프랑스도 처음 와봤지만 볼보버스도 처음 타본다. 한국 버스와는 조금 달리 좌석이 높고 몹시 깨끗 그리고 편하다. 볼보 효과인지 왠지 승차감도 훨씬 좋아 보인다.
유로 2016이 한창 열리고 있던 프랑스. 파리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Stade de France' 경기장이 창문 사이로 보인다. 시간만 맞으면 꼭 직관을 하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공항에서 파리시내까지는 버스로 40~50분정도 소요. 파리 시내에 들어오니 티비에서 보던 유럽풍 건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와, 사회책에서 보던 개선문이다. 프랑스, 정말 파리에 왔다.
프랑스에 한 달을 머무른다면 에펠탑을 보러 가겠지, 파리에 일주일을 머무른 데도 에펠탑을 보러 갈 것이다. 파리를 딱 하루만 여행한 데도 에펠탑을 놓치진 않을 것이다. 아니 많은 사람이 에펠탑을 보기 위해 파리에 온다.
에펠탑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선 티켓팅을 해야 하는데, 이날은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 30~4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사진 속 우측에 보이는 긴 머리 아저씨가 프랑스 현지 가이드. 전형적인 츤데레 아저씨이다. 프랑스 현지 가이드는 대다수가 미술, 조각 공부를 하는 유학생이 많다고 한다. 우리 가이드 아저씨도 오랫동안 예술 공부를 하셨다고 하는데, 츤데레 아저씨의 진가는 다음날 '루브르'에서 증명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무지개가 나의 프랑스 여행을 반겨주었다.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무지개를 에펠탑 바로 밑에서 보다니. 이번 여행 왠지 느낌이 좋다.
사실, 장시간의 비행과 시차 적응 문제로 멘탈과 체력이 이미 방전상태였기에 에펠탑에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1만큼의 기대와 설렘이 없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언제나 잘못된 생각과 선택을 하는 동물. 에펠탑 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온몸의 모든 감정이 황홀함과 설렘으로 파도치기 시작했다.
파리,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에펠탑 전망대에 올라서면, 파리가 보인다. 단순한 도시로서의 파리가 아닌, 내 마음속 깊숙이 숨어 있던 그 무언가의 벅찬 감정의 파리가 보인다.
벅찬 감정을 뒤로하고, 센강 유람선에 오른다. 약 한 시간 코스. 이때부터의 기억은 시차와 추위와의 전쟁이다.
센강 유람선을 따라 쭉 강을 지나다 보면 강변으로 파리의 여러 명소를 볼 수 있다. 오르세 미술관도 그중 하나.
그냥 서 있어도 느낌 있는 중년 커플.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러 군데 모여 맥주를 마시거나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첫날밤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