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016 유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실 Aug 12. 2016

2016 유럽 여행 :: 4일차(니스/애즈/모나코)

유럽 여행 4일차. 이번 여행 중 가장 비효율적이었던 일정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다 한 가지 얻은 것도 있다. 니스와 애즈는 두 번 다시 가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하


정체불명의 호텔? 리조트? 에서 1박을 하고 오늘은 또 프랑스로 떠난다. 짧은 기간 여러 나라를 돌아야 하는 패키지여행의 특성상 이동이 긴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오늘은 넘나 힘든 여정이다.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출발하여, 프랑스 남부 니스를 보고 애즈를 간다. 애즈 구경 후 다시 모나코로 가서 모나코를 구경한 뒤 다시 제노아로 돌아온다. 왕복 500km 이상의 거리. 요즘 프랑스 남부, 특히 니스가 뜨는 여행지라 여행사 입장에서는 좋은 상품 판매의 미끼로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니스, 애즈, 모나코는 이번 일정에서 제외하는 게 맞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행 전 가장 기대가 크고 설렜던 곳도 다름 아닌 니스와 모나코였다. 숙소였던 밀라노에서 모나코까지는 버스로 약 4시간 이동. 지루한 이동 중간중간 가이드가 필사의 노력을 한다. 세시간쯤 지났을까? 버스 왼편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유럽에서의 처음 만나는 바다. 여기가 바로 지중해이다.


저 멀리로 모나코 시내가 보인다. 일정표 상으론 모나코부터 관람하는 게 맞으나 모나코에서 시간을 지체하면 오후에 교통대란으로 이동이 더욱 힘들어진다는 노련한 가이드의 경험을 따라 니스를 먼저 가기로 한다. 


모나코를 지나 니스 시내로 들어가는 길. 창밖으로 파리에서와는 다른 남프랑스 특유의 향기가 느껴진다. 뭐랄까, 보기만 해도 뜨겁지만 자유롭다.


니스에도 '미스터피자'가 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미스터피자'는 아니다.


4시간을 달려서 온 니스에서의 자유 시간은 고작 1시간 정도. 그마저도 점심시간 포함이다. 점심을 먼저 먹을지, 니스 해변을 먼저 볼지 선택을 해야 하지만 지체 없이 바다로 향했다. 밥은 한 끼 굶어도 되지만 지금 니스 바다를 못 보면 평생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기에.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니스 해변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해변과 멀지 않은 곳에 식당가가 몰려있는 골목이 있다. 전날 이탈리아에서의 파스타와 피자에 너무 실망한지라 재도전 차원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가 파스타를 시켰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맛이 없다. 헌데 또 양은 무지하게 많았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건 빨간색 1664 맥주가 참 달콤하니 맛있었다. 


그렇게 니스 한 시간 속성 코스를 마치고 '애즈'로 향한다. 선인장 마을 '애즈' 로 이동하는 중 유럽에서의 첫 번째 화나는 감정을 깊은빡침 느낀다. 바로 쇼핑센터에 들른 것이다. 패키지여행을 다니다보면 원치않는 쇼핑센터에서 강매를 하게 된다는 흉흉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문제의 그 장소는 애즈마을 아래에 있는 작은 향수공장. 향수의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라고 소개를 하지만, 현실은 듣도 보도 못한 화장품과 비누, 향수를 파는 곳이다. 물론 안 사면 그만이지만 시간이 아깝다. 니스에서 한 시간도 채 못 있었는데 (물론 더 있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딴 말도 안 되는 공장에서 30분을 넘게 보낸다.


하지만 뭐 별수 없다. 패키지여행을 택한 내 잘못이다. 패키지여행을 떠나면 패키지여행의 법도를 따르라. 


깊은 빡침을 뒤로하고 애즈에 오른다. 애즈마을은 성곽같이 생긴 길을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가는데, 중간중간 기념품가게와 식당들이 있다.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덥고 힘들지만, 마음만은 가볍다. 중간중간 보이는 지중해의 모습도, 작은 기념품 가게도 참 예쁘게 어우러진다. 


실제로는 사진보다 훨씬 멋진데 이렇게밖에 담지 못해 아쉽다. 지중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남프랑스의 바다. 참 예쁘다. 니스에서의 빡침과 4시간 버스의 피로는 어느새 사라졌다. 


애즈가 왜 선인장 마을인가 하니, 별 이유는 없다. 꼭대기에 이런저런 선인장이 많을 뿐.


애즈를 끝으로 이제 프랑스와는 안녕이다. 내 인생의 첫 유럽. 프랑스.

어쩌면 프랑스는 나에게 '설렘'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프랑스가 나에게 설렘이었다면, 모나코는 작은 소망이었을는지도 모르겠다. 형으로부터 지겹도록 들었던 모나코 예찬. 페라리, 람보르기니는 슈퍼가 축에도 못 낀다느니 하는 소리는 생각만큼의 화려함을 보여주진 않았다. 작고 세련된 관광지의 느낌이 강했던 모나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잠시 스쳐 가고 싶다. 그때까지 모나코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작은 소망으로 남겨놓으련다.


호텔이 있는 제노아까지는 3시간이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6 유럽 여행 :: 3일차(인터라켄/뮈렌/밀라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