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물의 도시 '베네치아'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컴퓨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수업 시작 전 잠깐의 시간 동안 타자연습게임을 하곤 했다. 이름하여 '한메타자교사' 이 타자 게임은 '베네치아'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기억이 얼핏 스쳐 간다. 20여년 전 14인치 모니터 화면으로 처음 접했던 '베네치아'라는 이름은 서른이 되어서도 참 익숙한 단어이고, 장소였다. 오늘의 여행지는 이탈리아 베니스, 어린 시절이 작게나마 녹아있는 추억의 장소 '베네치아'이다.
포도와 올리브밭이 지척인 도로를 따라 얼마간 이동하니 파란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루한 버스 이동의 연속이지만 이탈리아 버스 여행에서 한 가지 얻을 수 있는 위안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포도와 올리브밭의 향연이다. 한국에서는 쉽사리 만날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거니와 끝이 없이 펼쳐지는 포도밭을 넋 놓고 보고 있으면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기도 한다.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나는 자연스레 산보단 물을 좋아했고 -이번에 스위스를 다녀오면서 산에대한 호감도도 급격히 상승하였다- 그런 나에게 파리와 더불어 베니스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베니스를 본격적으로 관광하기 위해선, 수상택시나 작은 유람선을 타야하는데 이탈리아, 특히 베니스에 빠삭했던 인솔자 형님의 동물적감각으로 수상택시를 먼저타고 베니스로 들어가게되었다. 시간을 조금이나마 절약할 수 있는 베테랑의 노하우이다. 듬직한 풍채와 인자한 아저씨의 수상택시에 몸을 싣는다.
베니스 여행은 수상택시를 타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파란 물길을 가르는 택시 그 자체의 시원한 속도감도 일품이거니와 눈앞에 펼쳐지는 파란하늘과 바다는 그 어떤 사이다의 청량감 이상이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셔터를 누를때마다 하나 하나의 새로운 추억이 쌓여가는 느낌이다. 말 그대로 보이는 곳마다 작품이다.
중간중간 현지 가이드가 무선 마이크로 건물의 히스토리와 에피소드를 설명해준다. 물론 베니스에 취해 잘 들리지는 않는다.
택시를 타고 약 15~20분정도가 지나면 두칼레 궁전, 탄식의 다리 등이 있는 베니스의 본섬에 도착한다. 베니스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산 마르코 광장'에 모여 사진을 찍는다. 주변에는 산 마르코 대성당, 두칼레 궁전 등 여러가지 역사적 장소와 상점들이 모여있다.
산 마르코 광장을 짧게 지나치며, 다음 일정인 '베니스 곤돌라'를 탄다. 이렇게 곤돌라의 노를 젓는 사람들은 베니스 토박이로 연봉이 1억을 가뿐하게 넘는다고 한다. 40도를 육박하는 따가운 베니스의 햇살아래 하루종일 노를 젓는 중노동에 영어, 이탈리아 어 등 최소 2~3개 국어에 능통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베니스 출신이여야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결론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곤돌라를 타고 베니스 구석구석을 여행한다. 운이 좋으면 이렇게 조지 클루니 빰치는 뱃사공도 만날 수 있다. 아쉽게도 여자 뱃사공은 없는것 같다.
관광객이 많다보니 워낙 곤돌라가 많긴하다. 한적한 느낌은 없지만 그렇다고 난잡하거나 부산스럽지는 않다. 수 많은 곤돌라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베니스의 어느 골목에서 마셨던 이름 모를 맥주 한 잔. 혹시나 유럽여행에서 맥주 한 잔을 두고 마실지 말지 고민이 든다면 일단 마시고 생각하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2016년 7월의 어느날.
나는 베니스의 낯선 바다에서 찬란한 햇살과 파도를 맞으며, 둘도없이 황홀한 시간을 보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