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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설 Nov 23. 2022

품을 벗어난 문장

월요일은 유난히 운이 좋았던 날이다. 지루했던 전공 수업이 일찍 끝난 덕분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운이 참 좋은 날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흥미가 떨어지는 수업에 집중할 정도로 학구열이 높지 않거니와, 집중력도 없다. 또한, 이것 하나만으로 나는 월요일 오후 2시의 하늘을 볼 수 있었고, 온기와 한기 사이의 모호한 온도의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운이 좋았던 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 강의까지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나는 다음 강의가 있는 건물에서 잠시 원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이라고 써야 목표로 하는 기간 내에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노래를 들으며 작업에 열중하다 잠시 이어폰을 빼고 숨을 돌렸는데, 옆 테이블에 아는 얼굴이 보였다. 교수님이었다. 아마 교수님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 교수님의 수업을 감명 깊게 들었던 기억이 있어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교수님 앞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이전의 대화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짐작할 수는 있었다. 이 교수님은 문학 관련 수업을 하시는 교수님이니. 예상한 그대로였다.


둘은 출판을 준비하고 있었고, 출판 이전에 교수님께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대화 내용을 엿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우연히 들은 바로는 둘은 문학을 시작한 지 약 1년이 되었고, 첫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고 작업이 거의 끝났고 출판만 하면 되는데, 그것이 두려워하지 못하고 교수님께 상담을 요청한 것이었다.


교수님은 출간이란 두려워야 한다고, 그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간직하는 글은 언제나 수정할 수 있지만 나를 벗어난 글은 고칠 수 없다며. 그러나, 그 두려움은 이내 성취감이 되고,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 다른 단어로 설명했지만,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그렇게 짧은 대화를 끝으로 교수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인사하지 않았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다가가 말을 걸 수 있을 정도로 붙임성이 좋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남은 둘은 출판사에 관해 짧게 이야기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고민에 대한 일말의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붙임성도 없을뿐더러, 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은 타인에게 도움을 줄 정도로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응원한다.


2017년 6월과 10월, 나는 두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책을 썼는가. 정확한 이유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첫 출간은 증명하고자 함이 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학과 나의 삶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것을. 혹은 다짐일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나는 첫 출간의 기분을 아직도 기억한다. 두려웠다, 나의 문장이 세상에 공개된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것은 이내 행복이 되었지. 문제는 두 번째 책이다. 나는 두렵지도 않았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무엇을 위해 썼고, 어째서 썼는지, 이유와 목적 모두 상실해 두려움도 잃은 나의 두 번째 책. 이것은 나의 몰락이 되었고, 나는 그대로 무너졌다. 펜촉은 부러져 붉은 잉크를 토하고, 그것이 검붉게 굳을 때에서야 나는 말했다. 나는 아직 글을 쓰고 싶다고. 하늘 위를 향하는 찬란한 별이 하늘 아래로 떨어지는 몰락한 것으로 바뀐 순간은 이때와 같다.


우리 모두는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펜을 잡는다고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목적과 이유를 상실한 문장은 방황하고 끝내 부러진다. 가루가 되어 목을 조른다. 질식한 작가는 작가가 아니다. 이것이 나의 결론. 그러니, 목적과 이유를 찾고 글을 쓰기를 바란다. 그러하지 않으면 그 끝은 나와 같을 터이니. 길을 잃어 방황하는 모습, 이 얼마나 우스운가.


글을 보여준다는 사실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것은 이내 행복이 된다. 창작은 언제나 고통스러워야 한다. 그것은 끝내 절정을 유발한다.


나는 바란다.

모든 존재의 삶이 예술이 되기를.

말한다.

우리 모두는 작가가 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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