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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설 Dec 24. 2023

내가 다시 교회에 간 이유

아기 예수를 생각할 때

세상을 떠난 그녀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꽤 오랫동안 교회를 떠나있던 나를 자신의 교회 공동체에 초대했다.


목회자의 자녀였던 그녀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심한 우울증을 겪음에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우울증을 허락한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과 씨름해 왔다. 그녀는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과 씨름하고 있음에도 내가 다시 교회에 다니길 바랐고 공동체 속하길 바랐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떠난 이후에 다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하나님이 우울증을 허락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괴롭힌 사람들로 인해 그녀가 우울증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일은 당신의 주권에 있다는 그녀의 믿음을 나는 진심으로 존중했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그녀는 내게 왜 예수님을 믿느냐고 종종 물어보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예수를 진지하게 따르고자 할 때 행복한 감정보단 위험하고 불편한 감정이 따라왔던 것 같다.


예수는 평화를 주기 위해 이땅에 오셨지만, 편안한 삶과 안락한 생을 약속하지는 않으셨고-도리어 반대의 길을 걸으라 하셨고- 당신 안에 생명이 있다고 하셨지만 스스로 죽는 길을 걸어가셨다.


그래서 내게 신앙이란 내가 생각하는 소망과 그분이 말씀하신 소망과의 간격 어디쯤에서 갈등하고 아파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그 소망을 품고 살아가지는 못하더라도 당신이 소망임을 부인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 믿음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하나님에 대한 따뜻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항상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녀가 느꼈던 감정처럼, 그녀를 데려간 당신에 대한 원망과 소망이 싸우고 있다. 그래서 나는교회에 가지만 마음껏 찬양하지는 못한다.  


어쩌면 내가 다시 교회에 가는 이유는, 언젠가 그녀에게 내 소망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사실 나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처럼 당신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도 못한다. 내년에 다시금 예수의 오심을 생각할 때, 조금은 그 소망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라도 알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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