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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스키여행 | 파크시티 Park City (2/2)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가다 (2020)

by Joon 준모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정설능력에 놀라다

파크시티는 엄청 넓은 스키장임에도 불구하고 정설은 칼같이 하더군요. 덕분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스키를 타면서 즐기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스노우캣이 몇 대나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 인상적인 정설이었죠. 매일 밤 약 50여 개의 슬로프를 정설 한다고 하네요.

보통 여러명이 같이 스키장에 놀러가게 되면 정설되지 상급자 슬로프들 위주의 지역은 다 함께 들러보기 어려워서 돌아보는데 약간의 제약들이 있었지만, 파크시티의 경우 주요 지역마다 어지간한 곳들은 다 정설을 해 두어서 산 여기저기를 다 같이 들러보고 즐기는데 큰 지장이 없었어요.

정말이지 용산구만한 스키장을 매일같이 정설 하려면 얼마나 많은 장비와 노하우가 필요할까요. 같은 면적에 이 정도 장비가 있는 도시가 있다면 어지간한 폭설엔 끄떡없을 것 같아요.


파크시티는 여기저기 전반적으로 정설이 정말 끝내주게 잘 되어있어요


IMG_9366.heic 스키장 한가운데 사진을 촬영해 주시는 직원분들이 대기하고 있어요. 시즌권을 스캔하고 사진을 찍으면 나중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특이했던 리프트들

파크시티 캐니언스 빌리지 쪽에서 스키를 마치고 버스를 타러 돌아가는 길에 우리를 반겨주었던 재미있는 형태의 곤돌라가 있었는데, 일반적인 형태의 곤돌라와는 달리 노출되어있는 캐빈들이 재미있는 풍경을 만들더라고요*. 그런데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엔 이 곤돌라 타기가 괜찮으려는지 모르겠네요.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꽤 최근에 지어진 곤돌라라고 합니다 (2000년)


옛날 덮게가 있던 무주익스프레스를 떠올리는 리프트가 하나 있었어요. 오렌지색 덮게가 있는 6인승 리프트였죠.** 그런데 앉아보니 특이하게 시트가 따듯하더라고요?! 발열기능까지 있는 리프트는 처음 타 봤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딱히 전선이 연결되어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발열을 시키는 걸까나요? 리프트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나 참 신기했었어요.

외관이 노출되어있는 특이한 형태의 곤돌라, Cabriolet
덮개가 있는 발열시트 리프트, Orange Bubble


그리고 숙소와 베이스를 연결해 주는 곤돌라 중에 6인승 캐빈 3대를 이어 붙여서 운행을 하는 곤돌라가 있더군요***.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캐빈들이 승강장에 도착하면 줄에 매달린 모든 곤돌라의 속도가 느려지는 "펄스 곤돌라"라는 유형의 곤돌라라고 해요. (우리가 흔히 보는 고속 리프트처럼 줄에서 분리되는 장치가 여기엔 없더라고요. 항상 줄에 매달려 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슬로프를 주욱 따라 내려가다가 완만한 언덕이 나왔어요. 뭐 굳이 올라가자면 약간 헐떡이며 올라갈 수 있는 정도의 거리와 경사도 였었지만, 슬로프 한 켠을 보니 끌어주는 줄이 있어서**** 다들 그 줄을 잡고 언덕을 올라가더라고요. 편한 길 놔두고 왜 굳이 힘든 길로 가겠어요? 저도 사람들 따라 줄을 잡고 편하게 올라갔죠.


스키장엔 리프트나 곤돌라 외에도 참 다양한 형태의 운송수단들이 있구나.. 하면서 신기해하다보니 문득 마치 시골에서 살던 사람들이 서울와서 두리번거리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 Cabriolet

** Orange Bubble Express

*** Frostwood

**** Rip Cord


로프형 운송수단 Rip Cord 근처에서 마주쳤던 야생동물. 무스라고 하는 거 같더군요


눈과 입이 즐거웠던 스키여행을 즐기고 오다

보통은 스키여행을 한다고 하면 새로운 코스에서 슬로프 도장깨기(?)를 하듯이 도전을 하는 느낌이 더 강했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조금 다르게 즐기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았어요. 뭐라 할까.. 다리보다는 눈과 입이 더 즐거웠다랄까요? "리조트"라는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단순히 새로운 슬로프 풍경 정도만을 기대하고 갔었는데, 전반적으로 무난한 구성의 슬로프를 통해 일행들과 같이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었었고, 별장이 펼쳐지는 지역이나 특이한 형태의 리프트들처럼 기대 이상의 신기한 풍경들도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다양한 레스토랑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고 말이죠. 상점가나 식당이 옹기종기 몰려있는 베이스 지역이 아닌 산 위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요.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나흘이 이미 지나가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꿈같이 지나간 시간들이었어요. 이런 재미에 사람들 종종 스키여행을 다니나 봐요. 파크시티는 이제 들러보았으니 다음번엔 언제 어디를 갈까요?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도를 펼쳐보면서 행복한 고민에 빠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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