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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스키여행 | 파크시티 Park City (1/2)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가다 (2020)

by Joon 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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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개최지로도 유명한 곳이죠, 파크시티. 용산구(!!)만한 사이즈의 광활한 면적이 양옆으로 넓게 펼쳐져 있어서 인상적이었고, 다르게 말하면 좌우로 오가느라 좀 고생을 했던 곳이기도 해요. (실제로 한번 시도해 보았다가 한 시간 반이 걸려서 후회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키장 내 지역마다 특색이 있어서 뭔가 관광스키(?)를 즐기기도 참 좋은 곳이었고 말이죠.


조금 멀리 살지만 스키장을 종종 같이 다니던 친구랑 19-20 시즌엔 어디를 갈까 하다가 마침 파크시티 이야기가 나왔네요.


익숙해진 캐스케이드를 잠시 떠나 조금은 이색적인 록키산맥의 산새와 식생을 구경하기도 하고, 산 여기저기 퍼져있는 재미있는 지역과 식당들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나무 사이사이와 도랑을 지나가며 조금 다른 형태의 슬로프들도 보고, 특이한 형태의 리프트랑 곤돌라도 여럿 구경했어요. 스키장 저 구석에 한가로이 풀 뜯어먹던 야생동물 무스까지 구경했던 건 덤. 그리고 머무르는 동안 파우더 데이도 이틀이나 있었네요.


참고로 이곳도 옛날 탄광촌을 재개발해서 만든 스키장이라 합니다....는 하이원리조트인가요? 여기 근처에 카지노랑 골프장까지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이색적인 슬로프

개인적으로 파크시티에서 인상 깊었던 것들 중 하난 마을 사이를 가르는 슬로프였어요. 마치 동화 속 알프스처럼 하얀 설산을 지나가면서 주위를 들러보니 여기저기 듬성듬성 집들이 보였다고...해야 하나요? 전반적으로 정설이 잘 된 슬로프 옆으로 차들이 지나다니고, 다리 위아래로 슬로프랑 도로가 교차하기도 하고, 넘어지면 코가 닿을만한 거리에 집이 있고... 눈이 즐거운 슬로프였었어요.


The Colony라는 별장 단지를 지나가는 슬로프들. 나무 너머로 집도 보이고 슬로프 옆 찻길에 지나다니는 차들도 볼 수 있어요.


종종 가는 휘슬러블랙콤에도 비슷한 테마의 슬로프가 있지만(Village Run) 파크시티의 이 지역은 그냥 그 규모나 다양성이 전혀 다른 레벨이더라고요.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길이의 슬로프 여러 개가 마을 여기저기 구석구석 뻗어있는 것을 상상하시면 될 거예요.

차가 다니는 길과 스키가 다니는 길이 서로 요리조리 교차하고 있어요.

처음에 이곳을 지나갈 때는 나무 너머 있는 저 집들이 식당이나 스키장 시설관리를 위한 건물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건물들이 너무 자주 보이고 사유지라는 표시까지 있더군요. 나중에 찾아보니 The Colony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로, 파크시티 깊숙한 곳 별장들이 위치한 지역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슬로프 바로 옆에 별장거래전문 부동산(!!)마저 있다고 합니다.


호기심에 이 별장들 가격은 얼마나 될까... 하고 찾아보니 음... 제가 넘볼 수 있는 레벨의 집들이 아니었습니다. 에어비엔비를 이용해 숙박이 가능하기도 한데 그 가격마저 정말 입이 벌어지는 가격이었어요




The Colony Airbnb.png 하룻밤 숙박비가 800만원이 넘는군요 ㄷㄷ


도랑을 따라 흘러가는 신기한 코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이색적인 코스가 있더군요. 처음엔 그냥 일반적인 트리런이겠거니 하면서 내려갔는데, 도랑을 따라 형성된 슬로프가 주욱 펼쳐지더라고요*. 여름철에는 물이 흐르는 개울이 아닐까 싶은데, 구불구불하고 작은 하프파이프처럼 생긴 지형을 따라 이쪽 벽에서부터 저쪽 벽을 오가면서 타는 것도 재미있었고, 살짝 쓰러진 나무들 아래로 지나가니 실제 속도보다 더 빠른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거기다가 지역 특성상 정설을 하지 못하는 곳이라 노면이 전반적으로 울퉁불퉁해서 마치 급류타기를 하는듯한 인상도 받았어요. 여태껏 이런 형태의 슬로프를 지나가 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신기하더군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긴 한데, 이런 형태의 슬로프를 "Gully Run(도랑타기..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요?)"이라고 부르는 것 같더라고요.


*Condor Woods + Canis Lupus



설원 위에서 하는 먹방투어

스키여행을 가면 제일 기대되는 것은 새로운 슬로프 위에서 낯선 풍경을 감상하며 눈을 가르는 것이지만, 중간중간 지치거나 가끔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지나치려다 보면 한눈을 팔기도 해요(?). 이번엔 마치 먹방투어를 스키장으로 간 듯한 느낌이기도 했죠. 앞에서도 잠시 이야기했듯 스키장 규모가 용산구에 맞먹다 보니 열 군데가 넘는 식당들이 산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더라고요. 거기다가 각자의 식당들이 나름의 특색이 있다보니 중간에 밥을 먹거나 에너지를 충전하러 핫초코를 마시러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을 들러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더랬죠.

건강식을 테마로 한 메뉴였을까요?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듯한 샐러드였어요. (Cloud Dine)

처음에 파크시티에 올라섰을 때는 이렇게 다채로운 식당들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어요. 그냥 '일반적인 모습을 한 식당들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품고 첫 점심을 먹으러 리프트 정상에 있는 한 식당, Cloud Dine에 들어선 순간 뭔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메뉴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살짝 외진곳에 있어서 식당의 규모와 메뉴의 다양성이 조금 간소하긴 했지만 음식 하나하나는 정말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더라고요. (물론 가격도...ㅠㅠ)


여기는 정말이지 그냥 못 지나치겠더라고요. 너무나 향긋한 바비큐 냄새가 배부른 배마저 꺼뜨립니다.(Tombstone BBQ)

그리고 또 한 번은 오후에 간식(Apres) 먹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고 있었더랬습니다. 핫초코와 퐁듀가 맛있는 식당을 찾으려다 보니 마침 리프트에서 만났던 스노보드 강사분이 추천해주시던 식당, Lookout Cabin이 생각나더군요. 어떤 곳인가 궁금증을 품고 가보니 산비탈에 위치한 멋진 테라스가 펼쳐진 곳이 나오더군요. 실내에도 자리가 있었지만 마침 햇살 좋은 날이라 바깥에 자리를 잡고 록키마운틴을 감상하며 퐁듀를 찍어먹고 핫초코로 입가심을 했다고 합니다.


산속 한가운데 어딘가를 지나가다 보면 바비큐 냄새가 코를 유혹하는 나무 건물이 하나 있어요. 그것도 하필 리프트 승강장 바로 옆 식당인 데다가 야외에 대부분의 테이블이 있어서 그릴 특유의 그 향이 야외에 멀리멀리 진하게 퍼져요. 리프트 대기줄에 서 있다보면 어느순간 식당 대기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마성의 바비큐 천국이죠.


나중에 하나하나 세어보니 나흘동안 스키장 안 여섯 군데의 식당을 들러보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못 가본 식당들도 여러 군데 남이 있더라고요. 방문하지 못한 식당들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파크시티 여행을 기약해야겠어요. 그런데 이러니깐 무슨 도장깨기를 한듯한 이 느낌적인 느낌은 뭘까요?


IMG_9327.heic 오후에 열심히 스키를 타다가 지쳐서 찍어먹은 퐁듀 (Lookout Cabin)
IMG_9323.heic 고칼로리 간식 휘핑크림 듬뿍 얹은 핫쵸코도 빼놓을 순 없죠! (Lookout Cabin)
IMG_9286.heic 발음이 유사한 두 단어를 이어놓은 맥주 바, 라임이 착착 감기네요. (Cloud Dine)
IMG_9381 (1).heic 결국 참지 못해 윙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어치웠다고 합니다 (Tombstone BBQ)
IMG_9444.heic 여긴 뷰맛집이라고 보는게 더 어울리겠네요 (9250 Summit House)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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