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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love Mar 17. 2017

#15 흐바르 섬에서 가을에 수영하기

햇빛이 반짝이던 가을날




당신에게 찾아온 계절



10월 25일


 저녁에는 이제 제법 가을 날씨를 어필하는 크로아티아, 덕분에 쌀쌀한 아침을 맞이했다. 10월 말이지만 여전히 반팔을 입고 혹시나 모를 바람을 대비해서 간단히 걸칠 가디건을 챙긴다. 점점 밑으로 내려오니 산속인 플리트비체와는 날씨가 너무 다르다. 플리트비체가 초겨울 날씨였다면 스플리트는 늦여름 날씨같다. 한 계절을 건너뛰어 버리는 마법같은 날씨같으니라고.


 점심쯤에는 흐바르 섬으로 건너가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짐은 차에다가 실어놓고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서 스플리트 구시가지로 나왔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스플리트가 파스텔톤으로 빛났다.



<필름으로 찍은 스플리트>



 스플리트의 하늘, 오늘도 맑음

크로아티아 하늘은 다 파스텔톤의 그림같은 느낌.




 웨딩촬영을 하는 신랑, 신부와 길거리 공연을 하는 멋있는 아찌 3분.

스플리트는 웃음이 가득한 구시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함께 붙어있는 여행을 하면서 필요한 건 혼자만의 시간이다. 혼자 유럽여행을 온 사람들이 모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주일 내내 붙어있는 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좋은 사람들이지만 때로는 이런 시간이 더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오랜만에 누리는 혼자만의 시간, 나는 또 꽃향기를 맡으러 간다.



 으앗, 정말 이곳은 너무 예쁜 꽃들이 가득하다. 스플리트의 구시가지 시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꽃이 한가득, 우리나라보다 화훼가 발달해서 그런지, 꽃이 없으면 못사는 유럽사람들이라서 그런건지.. 꽃값도 싸고 꽃 상태가 너무 좋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들 피어있는지.


 꽃은 언제받아도 기분 좋은 선물이다. '꽃' 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설레고, 웃음이 지어진다. 오죽했으면 나의 이상형은 꽃을 선물하는 남자와 책을 선물하는 남자다. 꽃과 함께 책을 선물하는 남자는.......

그런 남자가 있을까 싶다.




 바람이 구름 모양을 만드는 듯이 휘휘거리며 날라다니는 것 같다. 청량한 하늘은 오늘도 우리를 기분좋게 만든다. 날씨가 좋으면 다 좋겠지만, 내 생각에는 나라마다 어울리는 날씨가 있다. 예를들면 파리는 맑은 날보다는 우울한 날이나 비오는 날이 더 매력적인 색감을 풍긴다. 그에 비해 크로아티아는 맑은 날이 정말 잘 어울린다. 맑은 날에 자기가 발산할 수 있는 모든 색감을 뿜어내는 듯 하다.


 점심 쯤, J오빠를 만났고 우리는 흐바르로 떠나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바닷가 근처에 자리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점점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물가는 조금씩 올라간다. 그래도 다른 유럽에 비해 비싸지 않아서 근사한 한끼를 즐길 수 있었다.

 

스플리트 바닷가 바로 앞 레스토랑


 근사해보이지만 가격은 많이 비싸지 않은 곳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어김없이 맥주를 한 잔씩 시켰고, 리조또와 피자를 하나씩 시켰다. 런치메뉴가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이 흐릿흐릿하다. 피자를 한 입 물었는데 맛이 어마어마하다. 정말 크로아티아에서 만족했던 것 중 하나가 음식이었다. 아무거나 다 잘 먹는 나도, 유럽음식은 입에 맞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극히 드물긴 하지만 매우 짜거나, 생각지도 못한 향이 난다거나, 고기가 질기다거나 등등.. 하지만 크로아티아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너무 맛있었다. 정말.. 생각날 정도로..



<TIP>

 흐바르 섬으로 가는 배는 미리 예약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우리의 여행에 준비된 거라곤 렌터카 한 대... 그 정도...? 10월이었으니 예약하지 않아도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숙소도 바로바로 예약하곤 했다. 하지만 흐바르로 가는 배가 아침에 만석이어서, 아침에 표를 사러 갔을 때, 예약을 하고 스플리트 구시가지를 둘러보았다. 이런게 여행이니까. 이런 매력도 있어야 여행이니까.



  스플리트에서 2시간 정도를 가면 흐바르 섬에 도착한다. 햇살이 가장 강한 오후시간, 우리는 사람도 많이 없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흐바르 섬에 반해버렸다. 오늘 예약한 숙소까지 햇살을 받으며 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 신나있었다.



 예약한 아파트먼트로 가는 길,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건물과 여름마냥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이 모든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10월의 흐바르여서 더 좋았다. 휴가철 인기 여행지인 흐바르가 아닌, 조용하고 쉴 수 있는 그런 흐바르여서 걷는 동안 더 행복했다.



 토끼풀 처럼 생겼는데 핑크빛을 발산하는 꽃도 보고. 주렁주렁 달려있는 석류도 보고.

 사람들이 왜 흐바르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주위의 모든 것들이 그냥 빛나고 예쁘다. 바다가 가까이에 있고 햇빛은 우릴 향해 내리쬐고, 쉴 수 있는 예쁜 집이 있고. 눈에 보이는 것들로도 많은 것이 설명이 되었다.









 그렇게 예쁜 길을 따라 언덕 높이 있는 우리가 예약한 숙소에 도착을 했다. 집주인이 우리한테 인사를 하고 방을 안내하는데, 내가 예약했던 그 방이 아니었다. 뭐지? 싶은 마음에 '내가 예약한 방은 이방인데, 왜 다른 방을 주냐'고 했더니 우리는 5명이라고 했고 다른 애들이 6명이어서 그 방을 줬다는 거다. 문득 그저께 온 메일이 떠올랐다. 나한테 일행이 몇명이냐고 물었었다. 나는 그 때 5명이라고 답을 했는데, 어제 스플리트에서 만난 오빠가 따라오면서 우린 6명이 되었다. 사람 인원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저 방을 예약했는데 왜 다른 애들을 주냐고 하니까 미안하다고 우리한테 다른 방을 주겠다고 한다. 나는 캠핑의자가 있는 테라스가 있는 그 방에 묵고 싶었는데... 심지어 다른 팀이 우리보다 빨리와서 이미 그 방에 체크인을 했다. 하. 세상 억울하다 정말. 흥분해서 나오지도 않는 영어로 막 따졌다. 제일 예쁜 이곳에서 화를 내고 있는게 너무 싫었다.


 집주인이 내 기분을 알았는지 이리저리 전화를 한다. 친구가 예약을 잘못받아서 그렇다는데.. 그래도 그렇지.. 억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그러더니 옆 아파트에 있는 방 2개를 준다고 한다. 투덜투덜거리면서 따라갔다. 집주인 마키는 우리에게 미안했는지 스쿠터도 3대를 빌려주고 짐을 풀고 나오라고 한다. 흐바르를 안내해주겠다며, 정말 예쁜 비밀 스팟도 알려주겠다고 한다. 착한 마키의 노력에 조금 미안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2명씩 스쿠터를 타고 마키를 따라 나섰다. 빨간색 작은 차를 따라 흐바르 이곳저곳을 누볐다.



( ▼ 아래부터는 휴대폰&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


 그리고 우리는 가을의 수영에 도전했다. 햇빛이 따뜻하긴 하지만 바람은 가을 바람처럼 조금 찬 느낌이 들어서 추울까봐 걱정했지만 이렇게 물이 맑은 곳에서 수영을 하지 않고 떠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까!


마키가 알려준 조용하고 예쁜 바닷가에서 우리는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고 차가운 바닷물로 들어갔다.



 H 언니가 찍어준 우리의 신남이 느껴지는 사진. 처음엔 추웠지만 역시 금방 적응을 했다. 물도 맑고 이렇게 예쁜 곳에서 수영이라니. 터키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크로아티아다.



해질녘의 수영은 나를 물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해가 산 위에 닿을 때쯤 우리는 물 밖으로 나왔다.


 나에게 유럽 여행하기 가장 좋은 달을 묻는 다면 나는 단연코 '9월 말 ~ 10월 말'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공존하는 10월은 여행을 즐기기 가장 최고의 계절이 아닌가 싶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하다가 베란다로 나갔더니 노을이 그라데이션으로 지고 있다. 집집마다 한 대씩은 가지고 있다는 모터보트가 낮보다 더 분위기 있어 보인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났던 마음도 흐바르의 풍경이 다 씻겨준다. 언제 화가 났냐는 듯 우리는 행복한 저녁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항상 모든 걸 좋게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지만 아직은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서 작은 것에도 울컥 화가 나나 보다. 여행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좀 더 편히 보려고 하지만,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기대치도 함께 있기에, 나만의 여행이 아니기에 예민했던 하루같다. 흐바르 하늘도 그걸 알았는지 조바심내지 말라고 위로를 보내는 것 같았다.



 오늘 저녁은 흐바르 마트에서 장을 봐온 것들로 만들었다. 우리에겐 무려 쉐프가 3명이나 있기에! 밥을 해먹는게 너무 좋았다.


 쌀밥에 소세지야채볶음(쏘야), 토마토 스파게티, 남은 소세치와 치즈 처리하기! 별 거 아닌 저녁이지만 맥주와 함께라면 이 곳은 천국이 된다.


 터키여행부터 지금까지 술애 라는 별명을 달고 사는 만큼 술은 여행의 흥을 돋궈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술을 부어라마셔라 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에서는 늘 적당히. 아주 가끔은... 적당히를 지키지 않기도 한다. 하하.


 적당한 따뜻함과 적당히 행복한 기분을 주는 저녁시간이 끝나고, 흐바르의 가을 바람을 맞으러 베란다로 나갔다.


오늘 하루가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가 함께여서. 화를 같이 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여서, 날씨가 너무 좋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여서, 같이 스쿠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여서,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여서...







함께했던 오늘 하루가 바람처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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