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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love Mar 20. 2017

#16 빛이 내리는 섬의 오후

필름으로 담은 흐바르 섬의 오후






뜨거운 가을 햇살




10월 26일



 어제 못 봤던 흐바르 요새를 보러 가로 했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흐바르 요새는 가을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조용한 곳이었다.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아졌다. 쨍하게 내리는 햇볕을 뚫고 요새로 가는 길은 끝없는 오르막길이다. 요새로 가는 길도 예쁜데 요새는 더 예쁘다고 하니, 오르막이 높아지는 만큼 기대도 높아진다. 얼마나 예쁘려고... 스쿠터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올라오지도 못할 높이였다.


입구부터 빈티지한 매력이 가득한 요새의 곳곳을 찍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오르막길인 곳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다 보면 엄청난 풍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처음 높은 곳에서 바라본 흐바르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파란 바다 옆으로 주황색 지붕, 초록빛이 가득한 나무들. 색감이 주는 느낌이 너무 아름다웠다. 지중해나 아드리아해나 바다 빛이 예쁜 것은 똑같나 보다.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셔터를 엄청나게 누르게 되었고, 30분이 넘도록 그곳에서 바다를 바라봤다.



 담장 위, 벽돌 사이에 핀 들꽃들이 바람을 따라 놀고, 그 사이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자연과 인간의 위대함을 함께 느끼게 한다. 탁 트인 맑은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는 우리였다.



 요새에 하나 있는 레스토랑 겸 바, 요기서 맥주를 한 잔하면 천국이 따로 없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햇빛은 더 뜨겁게 내리쬐기 시작했다.



 우리는 더 뜨거워지기 전에 사진을 찍고 내려가기로 했다. J오빠는 햇볕을 피해 그늘에 앉아있고, D오빠랑 H언니는 커플 콘셉트인 듯 같은 청남방을 입고 서있었고,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려고 앉아있었다. 그 순간, 우리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이 뜨거운 날씨에도 사진을 찍겠다고 있는 모습이 마냥 웃겼다. 시원한 맥주가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구시가지 근처로 내려왔다. 떨어진 귤도 줍고, 점심을 먹으려고 광장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음식을 기다리다가 바로 앞 교회의 모습이 너무 예뻐, 셔터를 눌렀다. 오늘따라 파란 하늘과 예스러움이 가득한 건물은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했다.



 

 배가 떠있는 모습을 찍다가 바닷물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바닷물이 이렇게 맑을 수 있다니... 정말 흐바르는 가기 전까지 놀라움을 계속 안겨준다. 떠나기 싫은 휴양지.. 하루 더 있을걸.. 다들 흐바르에 1박만 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두브로브니크도 이런 곳이 있겠지 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우리는 떠날 채비를 했다.



 내가 흐바르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

 빛이 내리는 흐바르 섬의 오후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런 사진이 아닐까.




 빛이 들지 않는 골목 사이에는 심드렁하게 꽃이 피어있었고,



 바닷가에는 여전히 그림 같은 햇살이 가득했다.



 이번 글은 필름 카메라의 감성을 보여주는 편이 될 것 같아서 글을 많이 쓰지는 않았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그대로 글로 담았다.


 당신의 인생에서 크로아티아를 가게 된다면, 흐바르 말고도 스플리트 근처에는 섬이 많으니 꼭 가보길 바란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수영을 피하지도 말고,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바닷가에 꼭 몸도 담가보길.


 언젠가 다시 크로아티아를 가게 된다면 크로아티아 섬 여행을 해보고 싶다.


물론 햇살이 가득 내려쬐는 볕 좋은 가을에.







 [당신의 순간을 담습니다]


필름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여행한 이야기.

유럽의 여름, 가을, 겨울을 필름으로 담아낸 사진집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필름으로 세상을 담는 것이 즐거웠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했다.

풍경보다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담고 싶었다. 필름은 찍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너무나 달라지는 사진이기에, 여행에서 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겪었던 순간의 감정들을 온전히 담아내려고 했다. 어린 시절 아빠가 찍어주었던 사진처럼, 그리움의 감성이 묻어나는 사진들이 힘든 시간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 알지 못했던 유럽의 매력, 볼 수 없었던 영화같은 순간들, 책에서는 더 많은 필름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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