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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love Mar 20. 2017

#17 노을이 흐르는 스플리트

노을처럼, 음악처럼






노을처럼, 음악처럼




 흐바르 섬에서 스플리트로 돌아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지는 오후 시간. 주황색 지붕 위로 빛이 뚝뚝 떨어진다. 해지는 모습을 높은 곳에서 보고 싶어, 스플리트 구시가지 탑에 올랐다. 해가 지고 내려오면 탑도 문을 닫는 것 같다.




 바다 옆, 야자수 그리고 산,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 스플리트의 모습은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특이하고 기억에 남는다.



 해가 마지막으로 빛을 뿜어 낼 때쯤, 가장 예쁜 그라데이션 하늘이 완성된다.



 노출 부족이긴 한데, 필름으로 찍을 수 있는 이 느낌이 너무나 좋다. 필름만의 그런 느낌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요즘은 부쩍 필카 유저들이 늘었다. 사람들이 왜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돌아오는지 이해가 된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가 되고 모든 게 디지털화된다고는 하지만, 책처럼 아날로그로 남아야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필름 사진도 그런 것들 중 하나 일 것 같다. 포토샵으로 아무리 다듬어도 필름만의 느낌은 따라오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해가 저물고 밤이 된 스플리트의 골목길. 좁은 골목길 사이를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도시를 사랑하게 된다. 따뜻한 가로등이 우리를 환히 밝힌다.

 스플리트 구시가지 탑에서 보이던 언덕을 올라왔는데 금새 깜깜해졌다. 그 덕에 우리는 어마 무지하게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필름으로 담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셔터스피드를 늘려도 담기지 않았다. 가끔 어쩌다 별이 담기긴 하는데 내가 깊게 공부하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 때는 필름 카메라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하던 때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사람은 평생 배우고 살아야 한다.




 조리개 값을 높여보았다. 가로등이 조금 더 빛나도록.

스플리트에도 어둠이 내렸다. 크로아티아는 3주 정도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한 도시에 일주일씩. 다시 올 수 있겠지. 스플리트. 그리워질 것이 분명하기에 야외 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불어오는 바람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허전함을 느낀 우리는 와인을 두 병을 손에 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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