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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love Mar 23. 2017

#18 재즈 선율이 퍼지는 곳, 두브로브니크

피아노 소리가 맺어준 인연, 당신을 만나다.








10월 27일


스플리트 → 두브로브니크


 먼 길을 달려 두브로브니크로 갔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안에 아파트를 잡았다. 짐을 던져놓고 항구로 달려갔다. 보트 한 척을 빌렸다. 5명인데 무려 100유로. 6시까지 인가. 거의 5~6시간을 100유로에 빌렸다. 보트를 타고 섬 투어를 했다. 섬에 내려 둘러보다가 수영하고 다시 보트 타고 놀고. 하하. 엄청 재밌었다. 엄청났다. 수영하겠다고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갔다. 정말 후회돼서 미치는 줄 알았다. 다 놀고 나니 눈물이 났다. 결론은 이걸 다시 하기 위해 난 두브로브니크를 가야겠다. -끝-




10월 28일


두브로브니크 스냅 찍기


두브로브니크 화보를 찍었다. 예쁜 척을 너무 많이 해서 광대가 아프다. 너무 오래 걸어서 다리도 아프다. 그래도 나를 남기는 스냅사진은 재밌다. 날씬하게 나와야 할 텐데... -끝-

 








10월 29일


 크로아티아 렌트 동행 언니, 오빠들이 이탈리아로 가는 날이다.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이탈리아 바리로 가는 페리를 운행하기 때문에 이탈리아로 이동하기가 좋다. S오빠랑 나는 두브로브니크에 하루 더 머물기 때문에 우리는 호스텔로 짐을 옮겼다. 아침부터 짐을 챙기고 아파트 체크아웃을 하고 호스텔로 와서 체크인을 하고 지쳐있었는데... S오빠가 수산시장에서 오징어를 사 와서 점심으로 오징어볶음을 만들어줬다. 와 정말, 두브로브니크에서 먹는 오징어볶음은 진짜 맛있었다.




 저 옆에 놓인 고추장의 흔적..ㅋ

밥과 함께 먹으니 진짜 너무 맛있었다. 역시 맛집 사장님인 오빠의 솜씨는 대단했다. 크로아티아 일주를 하는 동안 거의 우리의 식사를 책임지고 만들었던 S오빠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밤이 되면 피아노 선율이 퍼지는 두브로브니크


 오랜만에 혼자서 두브로브니크를 찍으러 나섰다. 두브로브니크에 와서 보트 타고 수영하고, 스냅사진 찍고, 너무 신나게 놀아서 사진기를 드는 걸 잊었다. 오랜만에 필름 카메라에게 바람을 쐬어줬다. 두브로브니크에도 두브로브니크만의 색감이 존재한다. 다른 도시보다는 조금 차가운 색감인 듯 하지만 또 해가 질 때나 스르지산에 올라가서 보면 따뜻한 색감을 띤다.


두브로브니크 골목




 10월 말이 다가오니 도시의 분위기는 차가운 느낌이 더 짙게 풍긴다. 분명히 그저께만 해도 바다에서 수영을 했는데 하루하루 날씨가 달라지는 유럽이다.



 두브로브니크는 고양이들이 참 많다. 골목 어귀마다 귀요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하얀 구름이 숨풍 숨풍 자리를 잡고 있다. 바다를 보면서 레몬맥주가 한 잔 하고 싶어 져서 유명한 부자카페를 찾아간다. 한 걸음씩 걷는 게 평화로운 두브로브니크였다.



 햇살을 따라 걷는 두브로브니크 골목길. 절벽에 있는 부자카페로 가는 길은 너무나 한가롭다. 사람도 많이 없어 한가로운 오후를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관광객이 넘쳐나는 두브로브니크겠지만 가을에는 햇살이 넘쳐난다.



 부자카페에서 레몬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바라본 바다. 절벽에 카페를 냈다는 게 참 대단하다. 꽃누나에 나와서 유명해진 부자카페. 골목길은 한가해도 이곳은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오늘따라 두브로브니크의 바다 색깔이 더 진해 보인다. 깊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색감이다.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동행들을 다 보내고 혼자가 된 오늘이 외롭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그런 기분을 조용히 느껴본다.



 스트라둔 대로로 나오니 쨍하던 햇빛이 숨어버렸다. 어제는 오후까지 쨍쨍하더니 갑자기 다 어디로 숨어버렸나 모르겠다. 스트라둔 대로를 벗어나서 항구로 향한다.



 탁 트인 풍경이 발길을 이끄는 두브로브니크의 항구, 우리가 탔던 보트들이 수십 척이다. 그런 항구를 보면서 그림 그리는 화가도 영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와서 다른 쪽 골목길로 들어갔다. 구시가지는 작지만 골목길이 많아서 여기저기가 다 사진을 찍는 거리가 된다. 올드한 레스토랑 앞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와 악기들이 고풍스러움을 풍기고 있다.


 혼자서 돌아다니다 보니 금세 날이 어두워졌다.



 항구 벽에 있던 가로등에 불이 켜졌고 항구 근처 레스토랑도 따뜻함을 뿜어냈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보통 로밍이나 선불 유심을 사용하지 않는다. 숙소에서 와이파이만 사용하고 웬만하면 무전여행처럼 다닌다. 그러다가 좋은 풍경을 보거나 혼자서 술을 한 잔 하면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만 싶다. 나 지금 너무 좋다고... 가끔 그렇게 외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연락은 안 되고, 혼자 즐기는 시간이 외로워질 때...


  


 어둠 속의 스트라둔대로. 스트라둔 대로를 따라 걷다 보니 재즈 선율이 들려온다. 피아노로 치는 선율이 보통이 아닌 느낌이 든다. 그 소리를 듣고 따라 들어갔다.



 어두운 스트라둔대로 끝에 펼쳐진 빨간 조명. 피아노 소리가 가득한 카페에 앉아서 와인을 한 잔 시켰다. 재즈 선율을 연주하는 멋있는 아저씨는 무심하게 건반을 건드린다. 선반 위를 미끄러지는 손길이 예삿일 같지가 않다. 어릴 때, 피아노를 치고 작곡을 하던 나에게 우연히 들리는 선율은 왠지 모를 자극이다. 지금은 음악하고 전혀 다른 공부를 하고 있으니...


 혼자 와인을 홀짝거리면서 재즈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심란하다. 갑자기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의 헤어짐은 늘 달갑지 않지만 렌터카 동행 언니, 오빠들이 떠난 게 꽤 컸던 모양이다. 혼자 들어가서 맥주나 한 잔 더 마실까 하는 생각에 호스텔로 돌갔다.




 호스텔로 돌아오니 익숙한 한국말이 들린다. 커피를 한잔 내리고는 조용히 그들 사이로 쓱 스며든다. 다들 홀로 여행을 온 여행자들이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럽게 그들이 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내가 재즈바 얘기를 했다. 호스텔 앞에 재즈바에 피아노 소리가 너무 좋아서 앉아있다가 왠지 모를 외로움에 그냥 호스텔로 돌아왔다고 하니 여행자들이 '그러게 언제 들어와서 이 사이에 끼어있었지? 자연스러워서 몰랐어~'라고 껄껄 웃는다.


 마음이 잘 맞았던 5명은 와인이나 한 잔 하러 가자며 내가 피아노 연주를 듣던 재즈바로 향다. 그때의 나는 엄청나게 신나 있었다. 내가 그 시간에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우연히 내가 그 자리에 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이다. 만날 운명처럼 그 시간에, 내가 그 자리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일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가 없다. 행복한 그곳에서 나이도, 이름도, 직업도, 학력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서 내가 듣고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나의 이야기를 하고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20대, 30대가 되어서 갑자기 마음이 맞는 즐거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일상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행이어서 가능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두브로브니크에서 찍은 사진들 중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는데 종업원이 우리를 웃기게 했다. 그래서 두 번째 사진은 다들 빵 터져서 웃음이 가득한 사진이다. 뭐가 그렇게 행복했을까.

 따뜻한 공기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얼굴이 달아오르는 와인을 마시면서 서로가 함께 있었기에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피아노 선율이 들려오는 것만 같은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다. 이 여행을 하고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까지 만나는 그런 인연들이다. 5명 중 한 사람의 노력만 없었어도 우리는 이미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노력이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나는 지금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고맙다.



 이 여행의 한 달은 너무도 행복했다. 한 달 동안 내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질 줄을 몰랐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만났던 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사람이다. 사람으로 모든 것이 채워지는 것이다.









[당신의 순간을 담습니다]


필름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여행한 이야기.

유럽의 여름, 가을, 겨울을 필름으로 담아낸 사진집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필름으로 세상을 담는 것이 즐거웠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했다.

풍경보다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담고 싶었다. 필름은 찍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너무나 달라지는 사진이기에, 여행에서 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겪었던 순간의 감정들을 온전히 담아내려고 했다. 어린 시절 아빠가 찍어주었던 사진처럼, 그리움의 감성이 묻어나는 사진들이 힘든 시간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 알지 못했던 유럽의 매력, 볼 수 없었던 영화같은 순간들, 책에서는 더 많은 필름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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