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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love Sep 30. 2015

#1 지금부터 터키

지금부터 터키, 여행 시작

12시 40분, 공항버스를 탔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버스는 여전히 여유롭게 길위를 달린다. 과연 비행기를 탈 수는 있을까.


공항에 내리니 2시가 조금 넘었다. 공항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뭐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왜지? 오늘은 평일 낮인데? 

망했구나. 알고 보니 내가 출발하는 날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다음 날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인천공항의 보안검색대의 줄은 어마어마했다. 보딩패스를 받고 줄을 섰는데 도저히 줄어들 생각을 안 한다. 줄을 기다리면서 포기했다 하하.. 나 터키 못가는 구나.. 이상하게 또 폰은 말을 듣지 않고.. 그 상황에 웃음이 났다. 가는 것부터가 이렇게 힘든데 

내 여행 과연 무사할까...?


비행기 출발 1분 전, 3시 29분.

필름 수검사까지 마치고 셔틀트레인을 타고 공항을 전력 질주해서 도착한 중국남방항공 게이트 앞.

라스트콜에 불리는 영광을 안았다. 그렇게 우루무치를 경유해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아침부터 난리 쳤던 피로가 몰려오는지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출발한지 다음 날, 터키시간으로 새벽 2시가 되어 나는 숙소에 도착했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이 들었다.




조식을 먹으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을 알아갈 때 재밌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운명이라고 느껴진다. 그 시간, 그 순간, 그 곳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린 인연이니까. 

밥을 먹고 햇살 좋은 거실 창 앞에 앉아서 지마오빠가 해주는 여행 이야기를 듣는다.

누구나 다 가고 누구나 다 보는 그런 여행 말고 나만의 여행을 만들라는 지마오빠.

그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의 첫 유럽여행은 남들이 다 하는 것, 해야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여행을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곳에 있다는 게 행복하긴 했지만 여행이 행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행복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한 달 동안은 웃음만 있었으면 행복한 마음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그 행복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행의 행복을.


아침에 조식을 먹다가 오늘 특별히 일정이 없는 사람들이랑 같이 길을 나섰다.

진섭오빠, 민섭오빠, 호연언니, 유정이.

처음 본 사람들과 나서는 여행은 즐겁다. 처음 봤지만 여행이라는 실로 이어져있어서 어색하지 않다. 알아간 지 오래된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여행이 조금씩 행복함으로 채워지고 있다.


바다를 보다가 거리를 걷다가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시간이 되었을 때,

진섭오빠가 지마오빠를 만나러 간다며 저녁을 같이 먹지 못해 미안하다고 50리라를 우리에게 주고 갔다. 진섭오빠는 우리에게 계속 퍼주었다. 미안하게.. 

나의 터키 아빠 진섭오빠, 나이 차이가 아빠만큼 나서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지만 얼굴은 전혀 그렇지 않은 동안 소유자이다. 터키아빠의 50리라에 돈 없는 학생인 우리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도움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여행을 하다가 받는 도움은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게 만든다.

진섭오빠에게 오빠가 계속 퍼줘서 미안해진다고 말했더니 오빠가 그런 말은 한다.

" 너네도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여행을 하게 된다면 사람들에게 많이 베푸는 여행을 하면 돼. "

그렇구나. 내가 받은 도움을 나도 남에게 베풀면 되는구나.


50리라로 많이 배우고 사람을 통해 한 번 더 배운다.

여행은 배움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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