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영
(# 이런 생각,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런 가사가 나왔겠다...
상상해보며 쓴 이야기(픽션+에세이), 혹은 감정들의 나열입니다.)
그 사람은 잘 지내는 것 같았다.
한 달 전, 여행도 다녀온 것 같고,
독서모임에 나간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정말 괜찮아 보였다.
물론, 나도 괜찮았다.
잘 견뎠고,
이제 견딘다는 말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날은 바로 퇴근하기가 아쉬워,
모처럼 친구와 만나 쇼핑을 했다.
어디에 걸쳐도 무난할 가디건 하나 사고,
집에서 편안하게 입을 티도 하나 고르다가
말끔해 보이는 셔츠가 눈에 띄었다.
‘이런 환한 색깔이 잘 받았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계산을 하려는데,
친구가 막아서며 물었다.
갑자기 남자 셔츠는 왜 사느냐고...
잠시... 잊고 있었나보다.
그 사람이 더는 내 곁에 없다는 걸,
이젠 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걸.
이별한 시간보다,
사랑한 시간이 더 익숙했던 나는.
아직도 전화가 오면,
내 목소리를 먼저 가다듬는다.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솔직히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쇼핑을 하다가 무심코 그의 옷을 사고,
그러다 다시 내려놓고,
보고 싶었던 영화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떠올리고,
여전히 내 시간 속엔, 그 사람이 살고 있다.
습관처럼, 당연한 것처럼,
내 하루가 늘 그 사람으로 가득했는데...
아직도 나는 그 사람을 비워내질 못했나 보다.
그래. 그 사람처럼,
이젠 나도 또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할 텐데.
그 사람처럼, 다 잊어야 할 텐데.
사랑도 추억도 다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할 텐데...
그게...
생각처럼,
잘 되질 않는다.
늘 가던 길이 아닌,
처음 가보는 길에 서서 방향을 잃은 아이처럼.
익숙함의 부재 속에서
내 하루가, 내 시계가 고장난 것만 같다.
https://youtube.com/watch?v=29uz71dQqPw&featur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