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남들 앞에 서서 말하기 싫어한 까닭을 압니다.
실수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잘해 낼 자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두려우면서도 두렵다고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니까,
싫어하는 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윤기의 산문집 <어른의 학교>에 나온 구절입니다.
관심 없는 척.
싫어하는 척.
모르는 척.
자신이 없을 때면, 이렇게 슬그머니 넘어가려 할 때가 있죠.
그러다가도 문득 가슴 한편이 따끔거립니다.
‘척’이라는 가면을 언제까지나 쓸 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