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16] "다들 그래"라는 위로

시대가 바뀐 위로

by 설원

나의 MBTI는 ESFJ로 사교적인 외교관이다. ESFJ의 특징 중 하나는 공감을 잘하고, 공감이 잘 안돼도 리액션을 잘하며 듣다가 설득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나는 꽤 공감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본 대리기사님이나 택시기사님과 함께 있다 보면, 내게 쉴 틈 없이 말씀하시는 모습들이 종종 있을 정도다.


그런 내가 한 번은 잘못 공감하고 위로하고 있구나라고 느낀 적이 있다. (굳이 항변해보자면 잘못됐다기보다는 시대가 변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힘들 때마다 자주 들었던 위로는 "너만 그렇지 않아, 다들 그렇게 살아", "다들 그래, 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라는 위로였다. 그리고 분명 나는 그때 "맞아,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지"라며 위로를 받았었다.


내가 위로를 받았었기 때문에 나 역시도 가끔은 주변에 그런 위로를 한 적이 있었다. "다들 그러면서 살잖아"라고 그런데 그때 상대방의 표정에는 내가 느꼈던 "안도" 혹은 "위로"를 받는 표정이 아니라 씁쓸하다는 표정과 말투였다. 그래서 속으로 '어라?, 내가 잘못 말했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훗날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그게 딱히 위로가 되는 거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위로는 "받아드리는 사람"과 "시대"의 영역이 큰 부분이 있다. 우리의 의도는 그렇지 않은데, 받아드리는 사람이 다르게 받아드려서 생긴 오해가 종종 있으니까. (물론, 말하는 사람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요즘은 개개인의 개성과 차별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이다 보니 "남들과 똑같다는 말"이 전혀 위로와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누군가 힘든 사람에게 "다들 그래"라고 위로한다면 "남들과 똑같아서 어떻게 하라고? 남들이 힘들다고 내가 안 힘든 게 아니잖아. 남들이 참는다고 내가 참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건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마 이 글을 읽는 분이 누군가를 공감하고 위로할 때 "다들 그러면서 살아"라고 말한다면,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그런 것을 종종 느끼니까)


다만, 나 역시 그렇게 위로했던 사람 중 하나로서 약간의 변명과 대변을 하자면 누군가가 그렇게 위로하거나 말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처럼 일률적으로 참으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단지, 모두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고 비슷한 문제를 겪다 보니 당사자가 겪는 일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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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위로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요즘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종종 내가 그렇게 위로할 때 당황하긴 한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어떻게 공감하고 위로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 스스로 생각했던 대답은 주변이나 집단을 토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 중심에서 공감하고 위로해야 하지 않을까. 굳이 다른 사람이 어떻고, 다른 누군가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내가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은 당사자가 얼마나 힘든지, 당사자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등 그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면 어떨까. "네가 정말 힘들만하다"라던지, "그래도 그렇게 하는 네가 대단하다"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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