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19] 취업은 문을 하나 연 것이다.

당신은 실패하지 않았다.

by 설원

나 역시도 그랬지만 주변에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을 몇 년간 준비하며 합격하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좋은 성과를 가져왔고 합격이나 취업을 하게 되었다. 예신 역시 주변에 비슷한 사례가 있고, 나와 동일하게 대단하다고 축하했던 기억이 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나 역시도 취업과 공무원 시험을 모두 준비해봤다. 그렇다 보니, 그때의 모든 생각은 오로지 '최종 합격'이었다. 합격만 하면 많은 상황들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여유 있는 삶이나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합격'은 기나긴 마라톤의 끝이라고 생각했고 완주했기 때문에 인생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장을 다녀보니 깨달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취업은 겨우 문을 하나 통과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회사를 다녀보면 취업은 이제 막 마라톤에서 출발한 느낌이고, 회사를 다니는 것은 남은 거리를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즉,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힘들게 멋진 회사에 입사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보다 어려운 것은 많은 상황들을 인내하면서 그 직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라는 것이다. 한동안 많은 사람들의 선호 직업 1순위였던 공무원도 흔히 말하는 좋은 대기업에서도 퇴사율이 높은 것도, 최근 브런치나 유튜브 같은 곳에서퇴사나 이직 관련 콘텐츠가 많은 것도 이 순간들의 힘듦을 다들 겪어보고 알기 때문에 나오는 게 아닐까?


2.JPG 출처: 미생 홈페이지


"그냥 문을 하나 연 것이다"라는 말은 가장 좋아하던 드라마 중 하나인 '미생'에서 나왔던 대사다. 김동식 대리가 말한다. "취직해 보니까 말이야, 성공이 아니라 그냥 문을 하나 연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며 사는 게 아닐까"

이 드라마를 볼 때까지만 해도, 나 역시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그렇지만, 어느덧 직장을 몇 년 다녀보니 저 말의 의미를 머리로 알게 되고,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누군가가 취업했다거나,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축하하고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다음 문을 열기 위해 쉽지 않은 길을 가겠구나라는 생각을 혼자 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취업하고 합격한 친구들에게 "여러분들! 아직 고생은 시작하지도 않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미생에서는 "그냥 문을 하나 연 것이다"라는 대사 전에, 김동식 대리는 "당신은 실패하지 않았어"라고 장그래에게 말한다. 그걸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성공은 자기가 그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말을 한다. 합리화일지도 모른다. 그냥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말들이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거 같다.


만약 후배가 나에게 비슷한 주제로 물어본다면 "우리는 실패하지 않았어. 단지, 우리는 하나의 문을 열며 살아가는 거고, 그 순간순간에 의미를 부여해보면 오히려 연속된 성공의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미생에서는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며 사는 게 아닐까라고 말하지만, 나는 분명 마지막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라고 말할 거다.


오늘의 작가 연습,


S#1. 장그래 집 앞 골목(N)

어둡고 사람 하나 없는 골목. 약간은 쓸쓸하고 고요한 분위기의 거리를

김대리와 장그래가 걸어간다.


김대리: 우리한테 그렇게 과거를 숨긴 거야? 실패자로 보일까 봐?

김대리: (잠시 기다리더니) 당신, 실패하지 않았어. 나도 지방대 나와서 취직하기 되게 힘들었거든?

김대리: 근데, 합격하고 입사하고 나서 보니까 말이야. (문을 여는 척하며) 성공이 아니라, 문을 하나 연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

(장백기가 늦은 밤에 야근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김대리(NA):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어가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

(안영이가 늦은 밤 방에서 소중한 것을 꺼내는 장면을 보여주며)

장그래(NA): 그럼 성공은요?

김대리: 자기가 그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일하다 보면 깨진 계약인데도 성장한 거 같고 뿌듯한 케이스가 있어. 그럼 그건 실패한 걸까?

장그래: 졌어도 기분 좋은 바둑이 있어요.


오늘의 추천 : 한희정 -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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