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20] 비상선언 관람 후기

불편한 감정

by 설원

용두사미. 비상선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자성어다.

영화를 볼 때 누구나 그렇지만 후기나 리뷰가 참 중요하다. 특히 올해 화려한 배우들(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등)로 인해 기대작이었던 '비상선언' 역시 그랬다. 많은 루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후기가 좋지 못한 편이었음에도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예신과 4DX를 보고 싶었고, 그나마 주변 친구들 중 한 명이 재미있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1.jpg 출처: 비상선언 스틸컷


영화 자체만 본다면 사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에서 말한 배우들이나 감독을 떠올리면 아쉬운 게 많지만 그럼에도 흔히 무난하다고 말하는 표현인 '킬링타임'용으로는 괜찮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신선한 소재와 초중반부의 긴장감 있는 연출 등은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하지만, 이 영화를 리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2가지의 아쉬움과 1가지의 불편함이 있었다.

아쉬움은 영화 자체의 존재한다. 첫 번째는 유머가 없다. 영화 자체의 러닝타임이 140분이다 보니 항상 심각하고 진지하게만 이끌어가면 관람하는 사람으로서는 피곤할 수밖에 없다. 물론 소재의 한계가 있고 나름대로 송강호 배우의 애드리브 같았던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웃음 요소가 없다 보니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지친다는 예신의 말이 이해가 됐다.

두 번째는 엔딩이다. 영화의 엔딩은 감독이 반전의 반전을 주고 싶었나라고 느낄 정도로 끝이 없고 바뀌는 게 많다. 가끔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질질 끄는 건가 싶은 감정도 들 정도였다. 너무나도 안타까웠던 점은 영화를 보고 예신이 화장실을 갔는데 스토리나 재미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임시완 배우'가 잘생겼다거나, 분량이 적다는 이야기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래부터는 영화 자체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관람 예정이라면, 읽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2.jpg 출처: 비상선언 스틸컷


그것보다 나름 영화 자체는 무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 보고 났을 때 내 개인적으로는 정말 너무나도 불편한 감정이 생겼다. 영화의 줄거리는 바이러스로 인해 비행기 내의 승객들이 감염된 상태에서 지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내가 불편하다고 느낀 장면은 승객들은 모두 바이러스에 걸려 감염됐고, 지상의 공항에서는 이들을 받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지상에 내려가지 말자고, 지상에 있는 남편, 자식들에게 옮길까 봐 걱정이다" 그러고 나서 모두의 동의를 받았다며 파일럿(이병헌)에게 승객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파일럿(이병헌)은 해당 내용을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교신한다. 우리들은 착륙하지 않기로 했다며, 지상에 있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고 이해한다며, 우연히 재난에 휩쓸린 것이기 때문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모두를 위한 결정을 한다며 인간으로서 떳떳하기 위해 착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3.jpg


감독은 저 대사를 통해 '정의로움', '인간다운 일'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내게는 굉장히 불편한 대사였다. 언제부터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었는지 모르겠고, 타인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이 인간다운 일이라고 정했는지 모르겠다. 동물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케이스는 분명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불편하다.

예전에 읽은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인간의 목숨을 가지고 논의하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사람의 1명의 목숨과 10명의 목숨을 단순히 숫자만 계산하여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영화 자체에서도 그렇게 살고 싶어 하던 사람들이 지상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포기했기 때문에 인간답다고 표현하는 게 과연 맞는가? 차라리 단순한 재난 영화였고, 이런 메시지들이 없었다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괜찮은 연출로 조금 더 보기 편했을 것 같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보고 나서 찝찝하고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오늘의 작가 연습,


S#1. 비행기 안(N)

바이러스가 가득한 상황 속에서 테러범인 류진석이 밧줄로 묶여있다.

정부 비대위는 류진석이 원하는 걸 들어줄 테니 요구사항을 말하라고 하고,

사무장은 해당 내용을 전달한 후 전화기를 건넨다


류진석: (전화기를 보며 웃더니) 뭐? 여기다 말하라?

파일럿: (류진석을 쳐다보며) 지금 여기서 하는 이야기, 정부 관계자들도 다 듣고 있어. 원하는 걸 말해.

류진석: (신난다는 듯) 와, 원하는 거 다 들어준대? 정말로? 우와 대단하다. 그럼 여기다 말할까?

류진석: (묶인 상태로 전화기에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웃으면서 소곤대듯) 나는 여기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전부 죽었으면 좋겠어요.

파일럿: (미친 사람을 쳐다보듯 말 한마디 못하고 쳐다보자)

류진석: 다시 이야기해줘? (진지하게) 나는 여기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전부 죽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추천 : Son Lux - "Yesterday's Wake(비상선언OST)"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에세이-3] 부자의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