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4] 인생의 구글맵이 있었으면 좋겠다.

빨강머리 앤 -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멋져요"

by 설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라는 에세이를 예전에 읽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았던 책이라고 생각해서 얼마 전에 다시 펼쳐봤다. 특히 "빨강머리 앤"의 가장 유명한 대사는 아마 이 대사일 것이다.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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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공감하는 대사로 마음 한 편에 품고 있는 말이지만, 처음 읽었을 때의 순수한 의미 그대로보다 지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정말 다양한 변수들을 예상하기도 하고, 그것에 대비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이런 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란 사실 대다수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로또라도 당첨돼야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일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기에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멋지다는 앤의 말이 점점 받아들이기 힘들어질 때가 많아진다.


그렇다 보니 요즘에는 '인생의 구글맵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그게 아니라면 오늘 비구름처럼 인생의 좋지 못한 일을 예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좋지 못한 일을 피하거나 대비라도 할 수 있도록.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빨강머리 앤과 같다. '인생이 그러면 재미없지 않겠어?', '정해진 길 말고 운명을 개척하고 싶어'라고 말이다. 물론 충분히 이해도 되고 공감 가는 말이다. 하지만 개성과 차별성이 중요한 시대라서 그런지 내가 느끼기에 우리는 '뻔한 거', '평범한 것', '일반적인 것'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참고로 나는 개성 있게 사는 것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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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향의 내가 원하는 건 '구글맵'이다.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길과 갈림길이 있는지만이라도 알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길들이 있는지 나에게 보여주는 '인생의 구글맵'이 있다면 수많은 길 중에서 어떤 길로 가는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정해진 길이 아니라 운명을 개척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도 자체의 길을 무시하고 방해물들을 뚫어가며 가는 것이 운명의 개척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인생의 구글맵을 통해 내 인생, 우리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길이 있는지, 어떤 선택들을 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실패에서도 배울 것이 있고, 길을 돌아가는 것에도 배울 것이 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물어봐도 일부러 실패하고, 돌아가면서까지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말은 이미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무엇인가 얻은 게 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실패를 하지 않고 길을 찾아갈 수는 없을까? 그래서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 인생에 구글맵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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