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8] 소소한 행복

- 저녁 먹고 지하철에서 졸기

by 설원

얼마 전 방영했던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나왔지만, 경기도에 사는 사람에게 서울로 출퇴근하는 길은 꽤 머나먼 여정과 같은 느낌이다. 특히, 우리 회사 역시 원래 있던 곳에서 이전하다 보니 나의 출퇴근 시간은 왕복 3시간이다. 아내가 자주 하는 말로 ‘우리 둘이면 하루에 6시간, 5일이면 30시간이니까 하루는 지하철에서 보낸다’라고 말하는 게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에게 악명 높은 ‘1호선’과 ‘4호선’ (물론 다른 지하철도 출퇴근 시간은 엄청나다)은 정말 출퇴근만으로도 하루가 끝나는 느낌이 들 정도의 피곤함이 몰려온다. 팔짱을 낀 상태로 어깨를 최대한 접어도 어느덧 온몸에 다른 사람의 신체가 붙어있는 느낌이랄까? 최근에는 엄청난 폭우와 시위로 인해서 더더욱 어려운 날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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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종종 우리가 하던 ‘소확행’이 있다. 아내의 회사 근처로 거꾸로 올라가서 저녁을 먹은 다음 1호선을 타는 것이다. 오후 7시 30분까지 여유 있게 저녁을 먹고 지하철을 타게 되면 그때부터 풍경이 달라진다. 우선 현저히 사람이 적어진다. 그리고 내 주변의 공간이 많아져서 쓸데없이 팔짱을 끼거나 어깨를 접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1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을 앉아서 갈 수 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1호선에 딱 앉으면 정확하게 신호가 온다. ‘시원한 바람’, ‘적당히 배부른 상태’, ‘퇴근 후 긴장이 풀린 편안함’ 이 완벽한 3박자로 인해 졸음이 몰려오고 어느덧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서 잠이 든다. 그리고 놀랍게도 눈을 뜨면, 우리가 내리는 정류장이다. 이때의 우리 상태는 많은 게 달라져 있다. 퇴근 직후의지친 상태가 아니라 회복된 체력과 약간은 잠이 덜 깬 상태의 모습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편안함이 결코 나쁘지 않다. 때로는 기분 좋은 한 끼와 낮잠을 자는 듯한 착각도 들 정도다.

지금처럼 일도 많고 힘든 게 많아지는 요즘, 어쩌면 우리가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은 이런 소소한 행복도 한몫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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