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11] 무지의 한계(자유와 책임)
수리, 피부관리
예전에 자동차 수리를 받으러 간 적이 있다. 차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인 내가 수리를 받으러 갔으니, 수리 기사님이 해주시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말하시는 내용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수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에 이상 증상이 생겼었다)
최근에 아내와 나는 결혼식을 앞두고 피부관리를 받기 위해 피부과를 방문했다. 일반적인 피부관리 샵이 아니라 피부과에 가서 먼저 상담한 이유는 역시나 안전의 문제였다. 하지만 가서 상담한 내용은 생각보다 아쉬웠다. 정말 필요해서 시술을 안내해준다기보단 금액이 비싼 걸 추천해주는 느낌이었고, 관리 프로그램(필링, 피부관리 등)에 대해서는 환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하면 된다는 거다.
물론 꼭 그런 의미는 아니고,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지만 의외로 굉장히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날의 피부 상태에 따라 원하는 관리를 하면 된다지만 내가 어떻게 내 피부 상태를 파악해서 오늘은 이게 필요하지!라고 할 수 있을까. 거기에 그 선택에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전가됐다. 혹여나 잘못되더라도 "환자분께서 선택하신 건대요"라고 한다면 무슨 반박이 가능할까.
우리가 원했던 건 피부 상태의 진단에 따라 어떤 순서대로 관리를 받으면 좋은지 알려주고 거기에 우리가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요즘처럼 시대가 좋아지다 보니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모든 것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 가끔 나는 생각한다, 때로는 우린 자유라는 명목 하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일을 전가받으며 선택을 온전히 강요받을 때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