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가라앉다"
③(시끄럽던 것이) 조용해지다.
④(기침, 숨결 따위가) 순해지다.
⑤(바람, 물결 따위가) 잠잠해지다.
⑥(부기, 종기 따위가) 삭다.
⑦(성하던 것이) 활기를 잃은 상태로 되다.
뉴스 기사나 최근에 "가라앉다"의 쓰이는 표현을 보면 우리는 ⑦(성하던 것이) 활기를 잃은 상태로 되다라는 의미를 많이 사용하는 거 같다. 하지만, 더욱 좋은 의미들이 많이 있는 것이 "가라앉다"이다.
예를 들면, 작가 지망생인 나에게 누군가가 그랬다. 글을 쓸 때 가장 좋은 시간은 새벽이거나, 늦은 밤이다. 왜냐하면 그때 주변이 "조용해져서", 스스로 차분해지고 "안정"되기 때문이다. 환자가 있는 가족에게 환자의 통증과 괴로움이 "가라앉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면서 나에게 최악의 도시는 "마드리드"였다. 크리스마스, 연말의 분위기에다가 쇼핑을 위한 도시인 "마드리드"는 말 그대로 "가라앉음"이 없었다. 겨울에 바람은 강하게 불었고, 주변은 너무나도 시끄러웠으며 기침은 계속 나다 보니 아프고 괴로움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에서 유일하게 좋았던 순간은 숙소 테라스에서 잠잠한 바람을 느낄 때였다. 여전히 아래는 소란스럽고 사람은 많았지만, 테라스에서 있을 때 만큼은 모든 게 가라앉았다. 바람도 "잔잔해졌고", 테라스 위에는 시끄러운 것들이 "조용했으며", 나 역시도 "안정"됐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이 좋았다.
나에게 "가라앉음"은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잠수", "활기찬 상태를 잃어감" 만이 "가라앉음"이 아니다.
나에게 "가라앉음"은 주변이 조용하게 되는 순간이고, 내 숨결이 순해지는 순간이며, 내 마음이 안정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때 차분해져 있는 내가 좋다. 스스로를 돌아보기에도, 지금을 느끼기에도, 앞으로를 나아가기에도 "가라앉음"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