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으로 글을 씁니다.

9편, "가라앉다"

by 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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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다"

①(액체 위에 떠 있거나 섞여 있는 것이) 바닥으로 내려앉다.

②(아픔, 괴로움, 흥분, 따위가 가시어) 마음이 안정되다.

③(시끄럽던 것이) 조용해지다.

④(기침, 숨결 따위가) 순해지다.

⑤(바람, 물결 따위가) 잠잠해지다.

⑥(부기, 종기 따위가) 삭다.

⑦(성하던 것이) 활기를 잃은 상태로 되다.


국어사전 아홉 번째 페이지에서 선택한 단어는 "가라앉다"이다. "가라앉다"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의미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으로 글을 씁니다라는 컨셉으로 글을 쓰면서 느끼는 부분은 생각보다 우리의 단어에 좋은 의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쓴다는 것이었다. 마치 3편의 "가관"이나 오늘 쓰는 "가라앉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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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나 최근에 "가라앉다"의 쓰이는 표현을 보면 우리는 ⑦(성하던 것이) 활기를 잃은 상태로 되다라는 의미를 많이 사용하는 거 같다. 하지만, 더욱 좋은 의미들이 많이 있는 것이 "가라앉다"이다.

예를 들면, 작가 지망생인 나에게 누군가가 그랬다. 글을 쓸 때 가장 좋은 시간은 새벽이거나, 늦은 밤이다. 왜냐하면 그때 주변이 "조용해져서", 스스로 차분해지고 "안정"되기 때문이다. 환자가 있는 가족에게 환자의 통증과 괴로움이 "가라앉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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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을 다녀오면서 나에게 최악의 도시는 "마드리드"였다. 크리스마스, 연말의 분위기에다가 쇼핑을 위한 도시인 "마드리드"는 말 그대로 "가라앉음"이 없었다. 겨울에 바람은 강하게 불었고, 주변은 너무나도 시끄러웠으며 기침은 계속 나다 보니 아프고 괴로움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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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유일하게 좋았던 순간은 숙소 테라스에서 잠잠한 바람을 느낄 때였다. 여전히 아래는 소란스럽고 사람은 많았지만, 테라스에서 있을 때 만큼은 모든 게 가라앉았다. 바람도 "잔잔해졌고", 테라스 위에는 시끄러운 것들이 "조용했으며", 나 역시도 "안정"됐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이 좋았다.


나에게 "가라앉음"은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잠수", "활기찬 상태를 잃어감" 만이 "가라앉음"이 아니다.

나에게 "가라앉음"은 주변이 조용하게 되는 순간이고, 내 숨결이 순해지는 순간이며, 내 마음이 안정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때 차분해져 있는 내가 좋다. 스스로를 돌아보기에도, 지금을 느끼기에도, 앞으로를 나아가기에도 "가라앉음"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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