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 : 훌륭한 신랑. 참한 총각.
국어사전 열 번째 페이지에서 선택한 단어는 "가랑"이다. 살면서 정말 처음 보는 단어 "가랑".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뭔가 더욱 눈에 보여서 선택하게 됐다. 국어사전에는 '훌륭한 신랑과 참한 총각'으로 나오지만 네이버 사전에는 '재질이 있는 훌륭한 신랑'과 '얌전한 총각'으로 나오니 이건 이거대로 특이한 단어다.
"가랑"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나의 시작하는 결혼 생활을 돌아보다가 브런치를 봤는데 놀라웠던 점은 브런치 메인 홈에 있는 "요즘 뜨는 브런치 북"이었다. 10개의 작품 중에 3개 정도를 제외하면 이혼과 돌싱, 혼자의 삶에 대해 작가님들께서 작성하신 작품들이고 "요즘 뜨는" 카테고리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것이니까. 실제로 이런 인기는 주변 환경을 대변한다. 어느덧 주변에 이혼, 돌싱은 흔하게 생겼고, 비혼주의로 혼자만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으니까, 당연한 일인 거 같기도 하다.
결혼이 더 낫다. 혼자 사는 게 더 낫다. 돌싱이 더 낫다. 이런 말들은 의미가 없더라. 개인의 상황이 다르고, 만나고 있는 사람이 다르고,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른데 좋고 나쁨을 따지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결혼'도 좋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입장도 살며시 말해본다. 물론, 신혼이니까 아직 행복한 거야라는 주변 사람들의 비판도 간혹 듣지만, 주변에 실제로 결혼 생활을 오래 하신 어른들 중에서도 행복하게 사시는 분들을 보며 나 역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첫 직장에서 아는 선배에게 "결혼해서 좋은 게 뭐예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환상이 가득해서 엄청난 답변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나온 대답은 굉장히 수수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냉장고에서 요플레를 하나씩 꺼내가지고"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건너편 아파트를 보면서 이야기하면서 먹는 게 참 좋더라"였다.
그때는 참 별 거 없네라고 생각했던 그 말이 지금까지도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요즘은 그 말의 의미를 직접 느낀다. 우리 부부는 저녁을 먹고 음악을 틀어놓은 다음 따뜻한 물이나 차를 먹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항상 똑같던 평일 저녁, 케이크가 먹고 싶다던 아내의 말에 조각 케이크를 사 오고, 특별한 날이 아님에도 초 하나 꽂아서 같이 먹는 이 순간이 참 좋았다.
"가랑", 재질이 있는 훌륭한 신랑. 문자 그대로의 의미 이외에 재능이 있다는 의미도, 훌륭한 신랑이라는 의미도 여전히 모르겠다(참한 총각도) 단지, 그때 선배가 말했던 것처럼 같이 있는 순간을 행복해할 줄 아는 '우리'라면 "가랑"의 의미를 모르더라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