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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원 Feb 02. 2023

[국어사전]으로 글을 씁니다.

13편, "가르치다"


"가르치다" 

①(지식, 기능 따위를) 일깨워서 알게 하다. 교육하다.

②(사람의 도리나 바른길을) 깨닫게 하다. 

③(그릇된 것을) 올바르게 바로잡다.

④교육을 받게 하다.

⑤가리키다의 잘못.


국어사전 열세 번째 페이지에서 선택한 단어는 "가르치다"이다. "가르치다"를 선택한 이유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좋은 의미로 바뀐 부분이 있으면서 동시에 요즘 제일 쓰기 어려운 말인 것 같아서 선택했다.



먼저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의미로 바뀐 부분'은 역시 인터넷과 유튜브 같은 플랫폼의 역할이 크다.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가르치는 직업"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교사"다. 내가 어렸을 때도 지금도,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 줄 때 "자격"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있다. 

물론, 자격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자격과 어른들이 말하는 자격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내 주변에서 "가르칠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격증" 같은 전문적인 인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더라, 어디 박사라더라, 어디 교수라더라처럼 말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증명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가르치는 걸 인정해 줬던 거 같다.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그런 분들도 있다) 



인터넷과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활성화된 요즘은 다르다. 이제는 배우고 싶은 사람이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배우는 시대다 보니, 더 이상 자격이 필수 요소가 아니게 되었다. '나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보니, 유튜브나 인터넷에서는 자격증이 없더라도 '경험'이 있거나,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의 인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가르치다" 본연의 뜻처럼 누구나 자격과 상관없이 지식이나 경험, 노하우가 있다면 가르칠 수 있게 된 것은 시대의 발전에 따라 좋은 의미로 바뀐 거라고 생각한다.


출처: 쿠팡플레이 유튜브


그러면서 요즘 쓰기 어려운 말 역시 '가르치다'라고 생각한다. 

후배와 선배의 중간사이에 있는 우리 세대는 흔히 말하는 "젊은 꼰대"라고 많이 언급되는 세대다. (기성세대와 MZ세대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보니, 굳이 떠오르는 단어가 "선배", "후배"라는 게 아쉽다.) 살다 보니, 선배는 선배의 입장이 이해 가고 후배는 후배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 

선배들 중에서도 요즘 말하는 "꼰대"같지 않은 사람이 있고, 후배 중에서도 "MZ"라고 불리는 세대에 포함되지 않는 듯한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나보다 어린 친구는 MZ라고 사회가 부르고 있고, 나를 포함한 선배들은 기성세대이자 꼰대라고 부르는 요즘, 이런 사회의 일반화가 때로는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이면 MZ세대라는 용어를 안 쓰려고 한다)


여러 곳에서 풍자하는 후배와 선배의 사이와 다르게 내 주변의 실상은 꽤나 다르다. 

선배들은 가끔 말한다. "꼰대라고 부를까 봐 후배들을 가르쳐주기 어렵다"고, 나 역시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

후배들은 가끔 말한다. "선배들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서 어렵다"고, 그 마음 역시도 이해한다.


이런 마음을 알게 돼서 그런지, 최근에 본 기사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애들 다 그렇진 않아요, 풍자 콘텐츠 불편한 MZ세대들" 

굳이 비슷하게 따라 해본다면, 

"요즘 선배들도 다 그렇진 않아요, 풍자 콘텐츠 불편한 선배들"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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