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 열일곱 번째 페이지에서 선택한 단어는 "가미"다. "가미"를 선택한 이유는 오늘 찌개를 만들면서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다가 여러 가지를 가미해서 만들다 보니 마침 떠오르는 단어였다. 내가 "가미"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의미는 ③어떤 것에 다른 것의 요소를 덧붙이거나 곁들이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놀랍게도 내가 "가미"의 중요성을 느끼는 것은 역시 요리할 때다.
내가 생각할 때 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사람들은 필요한 재료와 양념은 무엇인지와 얼마나 넣으면 되는지를 안다. 하지만, 나 같은 요리 초보자는 필요한 재료와 양념은 알지만 "얼마나 가미하면 되는지"를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감"이라는 자기 합리화에 막 넣다 보면, 먹을만한 수준(?)이 아닌 음식이 되고, 이건 먹을만한 수준이지라는 합리화를 하며 먹고 있다. 그래서 요리할 때 "가미"의 중요성을 나는 느낀다.
하지만, "가미"의 중요성은 요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나 역시도 적절하게 "가미"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중요성은 분명 알고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나, 웹소설이 그렇다. 최근 드라마와 웹소설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작품들을 보는데 때로는 너무 많은 것들이 지나치게 "가미" 되어 있다.
최근 읽었던 소설에서는 세계관이 복잡하게 여러개 가미되어 있다거나, 대사가 지나치게 닭살 돋는다. (내가 감정이 메마른 건지, 장르의 특수성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맨 정신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그라드는 표현이나 광범위한 세계관으로 인해 작품을 끝까지 읽기 어렵다. 드라마나 영화도 마찬가지다. 콘텐츠가 많은 시대이다 보니, 점점 더 자극적인 장면이나 표현들이 불필요하게 여러번 나온다거나 유머가 지나치게 과한 경우가 있다. 이런 일들은 역시 "가미"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가미"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이야기에 "가미"된 것들은 집중 몰입하거나, 유사한 이야기에 독자들이 더욱 집중하게 하거나, 신선함을 느끼거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아마 "가미"와 가장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역시 "과유불급"이 아닐까. 내가 좋을 것 같은 모든 양념을 넣었지만 적절하지 못해 망해 버린 내 요리처럼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순간에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가미"할 줄 알아야겠다. 내가 만들 이야기도, 내가 쓰는 글도, 그리고 내 인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