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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원 Feb 09. 2023

[국어사전]으로 글을 씁니다.

18편, "가빈"


"가빈" (기꺼이 맞이할) 반가운 손. 귀한 손. 가객


국어사전 열일곱 번째 페이지에서 선택한 단어는 "가빈"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빈=집이 가난함"이나, "가빈=집 안에 빈소를 차림, 또는 그 빈소"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반가운 손님이라는 의미의 "가빈"이다. "가빈"을 선택한 이유는 "반가운 손님"이라는 의미 때문이다. 오늘 나에게는 "반가운 손님"이 2번 찾아왔다. 



첫 번째는, 퇴근하면서 만난 작고 귀여운 검은 강아지. 마치 누가 봐도 초코라고 부를 것 같은 그 강아지와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다. 그럼에도 주인 분의 목줄이 끝까지 늘어나고도 부족할 정도로 우리 옆에 착! 하고 붙어 있던 검은 강아지. 주인 분의 가자는 말도 듣지 않고 우리를 쳐다보던 강아지가 첫 손님이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시켰던 치킨. 얼마 만에 먹는 치킨인지 모르겠지만, 퇴근길에 주문했던 반가운 손님인 "치킨"은 우리를 설레게 했고 신속하게 집으로 가도록 했다. (배부른데도, 꾸역꾸역 다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가빈(반가운 손님)"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갑자기 무엇인가 찾아올 때 많이 쓴다. 예를 들면,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서 꽃들이 기지개를 켤 때도, 철새가 날아올 때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간절하게 오기만을 바라고 있을 때 와주는 것도 "가빈"이라고 표현한다. 한 여름에 가뭄으로 땅들이 말라갈 때, 갑자기 내리는 빗줄기들이나 연탄 가정에 연탄봉사 분들이 오시는 것 역시 "가빈"이다. 


하지만, 오늘 내가 만났던 2가지의 "가빈"은 전혀 다른 상황임에도 똑같이 반가운 손님이 되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하게 날 찾아온 첫 번째 손님도, 내가 원해서 부르게 된 두 번째 손님도 모두 가빈이다. 특히, 오늘은 "두 번째 손님(가빈)"에게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손님이 더욱 반가운 건 사실이지만, "반가운 손님"을 내가 부른다고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누구에게나 부를 수 있는 "가빈"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빈"이 반드시 사람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는 반려견, 반려묘가 될 수 있고, 나처럼 좋아하는 음식이나 즐거운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빈"을 내가 원할 때 부르거나,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몰래 오는 반가운 손님은 놀라움을 주지만, 알고 오는 반가운 손님은 나에게 기대와 설렘을 주기 때문이다. 기분이 우울하다거나 지쳤을 때 자신만의 "가빈"을 불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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