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佳詞)" 좋은 말. 아름다운 글귀
"가사(歌詞)" (가극, 가요곡, 가곡 따위의) 노래 내용이 되는 글
"가사(嘉事)" 좋은 일. 경사스러운 일.
국어사전 열아홉 번째 페이지에서 선택한 단어는 "가사"다. "가사"를 선택한 이유는 엄청나게 많은 의미가 있다는 점과 "가사(佳詞)"와 "가사(歌詞)"의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 거기에 "가사(嘉事)"의 의미까지 더해졌으니, 고르지 않을 수 없는 단어다.
제 글을 좋아하시는 몇 안 되는 구독자님들께서는 아시겠지만, 나는 "[노래가사]로 글을 씁니다" 역시 기획해서 쓰려고 마음먹은 입장에서 "가사"의 의미를 괜히 한 번 엮어본다. 예전부터 생각해 왔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노래 가사들이 참 이쁘다고 생각한다. 표현이나 이야기, 단어 때로는 어감까지 좋을 때가 있다. 이때의 단어 "가사(歌詞)"는 "노래 내용이 되는 글"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노래 내용이 되는 글"에 "가사"라는 의미가 붙은 이유는 한자는 다르지만, "가사(佳詞)"에는 좋은 말. 아름다운 글귀라는 비슷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가장 흥행했던 노래 윤하님의 "사건의 지평선"은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나 역시도 "노래가사"가 정말 이쁘다고 생각했던 곡이다. 특히, 내가 좋아했던 가사는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로 노래에서는 새로운 시작과 함께 이별을 받아드리는 내용이지만 저 가사는 꼭 이별이 아니어도 와닿는다. 무언가와 이별한다는 것은 이젠 종료나 완결의 의미가 아니다. 이제는 새로운 시작으로 와닿는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직장이 그렇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나는 업무가 익숙해졌다. 그렇다 보니, 익숙함이 편함이라고 착각해서 이런 일에 재능이 있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가슴 한 편에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과 '글을 쓰고 싶다는 진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하고 익숙한 일 때문에 그걸 외면하면서 살아갔었다.
하지만 내 경험상 결국 나는 진심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진심을 속이고 익숙함과 편안함에 묻혀서 살아가다 보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과 정신은 불편하고 피폐해진다. 심지어는 일하지 않는 순간들에도 답답하다. 누워서 매일 TV를 보거나, 멍하니 있는 순간조차도.
그런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시간이 아까워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佳詞)=좋은 말"이 나를 움직이게 했었다. 지금도 내 카카오톡 배경에 있는 글귀로 미움받을 용기에 나온 글귀기도 하다. "신이여, 바라건대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구분하는 지혜를 주소서"라는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이다.
이제는 내가 고민이 되거나 새로운 일을 할 때 항상 저 글귀를 보고 생각한다. 그래서 글을 쓸 때도 첫째,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가, 없는 일인가를 판단하고 둘째,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용기를 갖자라고 생각해서 움직였다. 그렇게 나는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와 오디오 플랫폼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