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편, "가소"
스페인 신혼여행 갈 때는 비행기의 회항, 지연, 캐리어 분실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스페인에 도착하고 나서 우리는 굉장히 지쳐있었고 힘들었다. 생각보다 휴식과 안정이 필요했고, 우리의 예상만큼 즐기지 못했던 거 같다. 음식이나 스페인 구경도 그때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지나온 것에 미련이 남고 추억에 살아간다고 하던가. 다녀와서 보니 그때 먹었던 음식들, 구경했던 것들이 다시 생각나고 그립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먹은 스페인의 음식 하몽과 빵, 크림치즈의 조합은 우릴 설레게 했다.
사람은 추억에 먹고산다는 말도 공감이 된다. 오늘 본 한 기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추억과 흥행은 비례하나'라는 제목이다. 여러 번 언급했던 슬램덩크나, 25주년 개봉한 타이타닉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추억은 사람의 묘한 향수를 자극한다. 별거 아닌 제품이, 예전에 봤던 콘텐츠가 과거를 떠올리게 하다 보니 그때의 기억과 감정을 끌어오고, 그것이 무엇인가를 소비하게 해 준다. 물론, 이 작품들은 단지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슬램덩크는 그때의 향수의 새로운 이야기와 애니메이션으로 새로운 감정을 더해주고, 타이타닉은 기존의 완벽한 스토리가 입소문을 타서 이제 새로운 세대에게 전파되고 있기 때문에 흥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추억"과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소가 없다면 그걸로 끝나게 된다. 예를 들면, 최근에 나온 롯데리아의 "전주비빔라이스버거"가 그런 거 같다. 약 7년 만에 나왔던 라이스버거 시리즈로 추억 돋는 메뉴로 호평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평들이 인터넷에 많이 있다. 나름대로의 업그레이드를 했지만 소비자들의 원하는 느낌이 아니었는지 흥행의 반응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 같은 작가지망생에게 이번 경험은 참 중요한 거 같다. 너무 많은 콘텐츠가 있는 시대다 보니, 과거에 흥행했던 스토리, 캐릭터, 장르, 글의 흐름만 보고 따라 쓰기에는 독자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한다. 결국 "추억"말고도 새로운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내가 쓰는 글에도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자문하는 날이다. 단순히 자기만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