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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원 Mar 04. 2023

[국어사전]으로 글을 씁니다.

31편, "각오"


"각오" 

번뇌에서 벗어나 불교의 도리를 깨달음.

②(앞으로 닥칠 일에 대비하여) 마음의 준비를 함, 또는 그 준비.


국어사전에서 발견한 31번째 단어는 "각오"다. "각오"를 선택한 이유는 오늘 영화 "위플래시"를 다시 봤기 때문이다. 각오의 의미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거나 그 준비라는 의미니까. 하지만 앞의 문장이 중요하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비하여)라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 안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의미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각오"라는 단어를 정말 막무가내로 사용한다. 앞으로 다가올 일도 모르는데 그것에 대해 "각오"를 했는지 물어본다거나,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생각한 것 이상의 수준이었을 때 그 정도의 "각오"도 없었냐고 책망하기 때문이다. 영화 "위플래시"에서도 그렇다. 위플래시에서 앤드류는 미국 최고의 음악대학교 안에서도 최고의 밴드인 플레쳐 소속으로 들어가지만 그가 느끼는 압박은 엄청나다. 물론, 앤드류도 그리고 소속된 밴드도, 플레쳐 자신에게도 각자의 "각오"가 있었겠지만 항상 그 이상이 나타난다.


출처: 네이버


"위플래시"는 포스트 모더니즘 방식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플래처(선생)의 방식이 옳고 그른지 판단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제시만 해주고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한계 이상으로 성장할 때 무조건적인 칭찬은 도움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무조건적인 칭찬은 안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압박과 자극이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도 적당한 선이 있는 법이다. 내가 "위플래시"를 처음 봤을 때는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각오 이상의 압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한계를 극복하고 싶고, 누구나 성장해서 정점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하지만, 오랜만에 이 작품을 다시 봤을 때는 그때와는 조금 다른 시각이 생긴다. 저 정도의 압박은 나에게는 지나친 독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다른 캐릭터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그걸 알 수 있다. 물론, 당장의 한계를 뛰어넘고 경지에 도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거뿐이다. 그 이후의 과정이나 목표가 없다 보니 스스로를 망가뜨리게 된다.

이런 다른 시각이 생긴 이유는 내 스스로를 그때보다는 좀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굳이 말하면 비난과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쪽이다. 예전에 헬스를 배우면서 트레이너 선생님이 굉장히 비난과 비교, 압박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 결과 나는 1~2번 정도하고 나서 그만뒀다. 그 방법은 나를 위축만 시킬 뿐 성장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 헬스를 다시 등록해서 가르쳐주는 트레이너는 칭찬과 응원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나는 꾸준히 지금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적당한 각오로 누군가가 어느 정도 했을 때 "그만했으면 잘했어"가 성장의 독이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심벌즈를 던진 이야기를 통해 최고가 됐던 음악가를 이야기하며 압박을 주는 것이 그 사람을 분하고 억울하게 만들면 본인 스스로가 노력해서 한계를 극복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좌절하는 사람은 애초에 천재가 될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언컨대, 비판과 비난, 압박만으로 성장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나처럼 칭찬과 응원으로 성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네가 천재가 아니라서 그래!라고 하면 할 말 없고, 너는 칭찬과 응원으로 한계를 극복했어?라고 물어본다면 당당하게 "했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분명 지난날보다 성장하고 있다. 내가 성장했던 이유는 스스로 새로운 것을 도전할 때 나름대로의 "각오"를 가지고 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칭찬과 응원이 힘은 되지만 안주하지 않고 더욱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그만했으면 잘했어"에 만족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거기서 무엇인가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애초에 영화에서 "그만했으면 잘했어"라는 말은 칭찬도, 위로도 아니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도 분명 "각오"를 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의 부담감과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 내가 글을 써도 될까라는 걱정까지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꾸준히 쓰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때로는 브런치의 뛰어난 작가님들의 엄청난 조회수나, 드라마 및 웹소설만큼의 대박이 있지 않음에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주변에서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일부 있고, 내가 쓴 글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 '너가 쓰는 글은 반응도 없고 시간 아깝지 않아?'라는 식의 압박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쓰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각오"를 해본다. 분명 지금은 부족할 수 있지만 이런 성실함이 언젠가는 정점까지 이끌어준다고 생각한다고, 그때까지는 꾸준히 하자고.

작가의 이전글 [노래가사]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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