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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원 Mar 05. 2023

[노래가사]로 글을 씁니다.

3편, 손디아(Sondia) "어른"

출처: 벅스


[노래가사로 글을 씁니다] 3편은 손디아(Sondia) 가수의 "어른"이라는 곡이다.

사실 멜로디만큼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지만 이 곡을 쓰게 된 이유는 내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 때문이다. 손디아 가수의 "어른"이 "나의 아저씨"와 어울리는 곡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글을 쓰는 게 어렵기도 하다. 온전히 가사만으로 쓰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와 가사는 나도 모르게 나의 아저씨에 있는 박동훈과 이지안을 떠올리게 만든다. 드라마 OST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곡은 정말 성공하지 않았을까.



손디아(Sondia) 가수의 제목 "어른"은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다 자란 사람.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다. 하지만 노래 "어른"에서 말하는 "어른인 나"는 너무나 알 수 없는 게 많고 외로운 존재다. 하루하루가 고달픈 삶의 연속이라는 사실만큼은 어른일 수 있겠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얼마나 견뎌야 하는지도, 세상에 나 혼자인 것처럼 살아가는 존재다.



그렇게 고독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어른은 버티기 위해 잠시 멈추고,  자신을 버리면 어둠도 깰 거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면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삶은 고달프다. 고달픈 삶을 버티며 살아오다 보니 어느덧 꿈은 과거가 되는 시점이 됐고, 희망마저도 있는지 애매해지는 불안함이 느껴진다. 

내가 어릴 때는 "어른"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처럼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 때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모든지 할 수 있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요즘 나이만 먹어가며 과연 나는 "어른"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물론, 나이만 보면 어른이지만 과연 나를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과연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있는가.



나이를 먹어가며 어른이 돼서 느끼는 고달픔, 고단함과 불안함은 후렴구에서 가장 크게 와닿는 거 같다. 잠들지 않은 꿈속과 별이 영원히 빛나는 시간 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돼서 위로를 받지만, 결국 눈을 뜨면 내가 원하는 내가 그 모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는 점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적인 어른,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 나 역시도 20대나 30대가 꿈꾸던 모습은 지금과 달랐고, 40대 50대 때 꿈꾸던 모습도 그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 살아가지만 삶이라는 것이 온전히 가도록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마치 지난번에 소개했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의 가사처럼, 응원과 보살핌이 어렵다면 가만히 놔두기라고 해야 할 텐데 방해만 하는 존재들이 항상 튀어나온다. 


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슬픈 가사지만 그럼에도 위로를 받는 내용은 2곳이다. "언젠가 한 번쯤 햇살이 내릴까"라는 부분과 "나의 작은 세상은 웃어줄까"라는 부분. 처음에는 사소한 희망조차 없는 불안함과 우울함을 표현하는 가사라고 생각했는데, 가사를 계속 읽어볼수록 그래도 나를 살게 하는, 버티게 하는 것들은 저런 희망적인 부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나의 아저씨


드라마에서 이 곡은 "이지안"의 테마곡이다. 온갖 불행이라는 요소는 모두 다 있는 것 같은 존재랄까. 그런 삶 속에서 이지안은 "어른"이다. 단순히 "어른"은 나이만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국어사전에서도 어른의 첫 번째 의미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인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본인 일에 책임을 지며 사는 사람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어른이다. 그래서 나는 어린 친구들에게 "어른스럽네"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른스럽다"는 말은 세상의 힘듦과 고단함과 고달픔을 안다는 것이고, 제 나이에 누릴 것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 불문하고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은 때로는 고달프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쯤 햇살이 내릴 수 있으니까, 한 번쯤은 세상이 웃어줄 수도 있으니 우리는 살아가는 거 같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곡에서만큼은 드라마를 빼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대사 몇 개로 마무리 지어보고자 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자.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희생이란 단어는 집어치우고 나부터 행복하자."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나 하나 희생하면 인생 그런대로 흘러가겠다 싶었는데"

"희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열심히 산 거 같은데, 이뤄 놓은 건 없고 행복하지도 않고, 희생했다 치고 싶겠지, 그렇게 포장하고 싶겠지. 지석이한테 말해 봐라. 널 위해서 희생했다고 욕 나오지, 기분 더럽지. 누가 희생을 원해? 어떤 자식이 어떤 부모가 아니, 누가 누구한테? 거지 같은 인생들의 자기 합리화 쩐다, 인마"

"다들 그렇게 살아"

"아유, 그럼 지석이도 그렇게 살라 그래. 그 소리엔 눈에 불나지? 지석이 한텐 절대 강요하지 않을 인생 너한테는 왜 강요해? 너부터 행복해라, 제발. 희생이란 단어는 집어치우고

"뻔뻔하게 너만 생각해, 그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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