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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원 Apr 25. 2023

슬럼프에 빠지다.

작가지망생도 슬럼프에 빠집니다.

2023년 3월 10일, 브런치에 내가 마지막으로 글을 쓴 날이었다. 그 이후 나는 1달간 단 한 글자의 글도 쓰지 못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자리에도 앉아봤고, 항상 준비하던 [국어사전] 시리즈도 준비를 했었다. 그렇지만, 단 한 글자도 나는 쓰지 못했다. 전문 작가님들도 아닌데,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처럼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할까? 그렇게 나는 슬럼프가 왔었다.


슬럼프가 온 이유와 얼른 극복하기 위해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고 알아보기로 했다. 

한동안 스스로를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한 줄로 표현해 보니 생각보다 명료했다. 

"성실한 사람, 반복적인 일을 잘하는 사람, 약간의 융통성이 부족한 사람" 

이런 나의 장단점은 글을 쓸 때도 명확하게 보인다. 반복적으로 성실하게 쓰지만, 융통성이 없다.

처음 글을 쓸 때 매일 글을 쓰는 게 좋다!고 해서 어떻게든 소재를 찾으려고 했고, 그렇게 매일매일 글을 써보려고 했다. 내가 매일 지하철을 타고 회사를 갔다가 퇴근하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그렇지만, 반복되는 일상처럼 매일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내 글과 문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은 없었다. 단지, 쓰기에만 바빴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이게 글인지, 오타인지, 된장인지, 똥인지 알 수 없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게 내용을 쓴 거 같다. 심지어 내가 썼지만 나조차도 설명하지 못했으니, 독자들은 더욱 어이가 없었겠지. 


마치 저녁은 먹어야겠는데 뭘 먹을지 몰라서, 냉장고에 있는 걸 이것저것 주워 먹고 배부르게 앉아있는데 '오늘 저녁 뭐 먹었어?'라고 아내가 물어본다면 '뭔가 먹긴 먹었는데...'라고 말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처음 브런치나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정말 즐거웠다. 글 쓰는 것에 관심도 많았고, 작가에 대해서도 한창 흥미로웠으며 블로그나 브런치는 수치로 확인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름 참신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국어사전] 시리즈나, [노래가사] 시리즈의 기획(?)도 도전해 봤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면서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의문이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 글을 왜 볼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는 우울감이었다. "이 글은 왜 존재하지?" 어이없게도 내가 쓴 글의 존재 이유를 나조차도 답변하지 못했다. 단어의 뜻이 궁금했다면 네이버 사전을 찾아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어를 가지고 나의 생각과 경험을 독자들이 공감하게 써야 하는데 나는 그러고 있지 못했다. 어느 새부터 글쓰기는 스트레스가 됐고 더 이상 어떤 아이디어도, 어떤 소재도 생각나지 않았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컴퓨터에 앉아서 브런치를 끼고 깜빡이는 커서를 보는 게 전부였고 그게 매일 반복됐다.


즉, 나는 자리에 앉아서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슬럼프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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