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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road Aug 06. 2022

어둠에 가까운 블랙

까렌다쉬 카본

이 잉크는 일단 자부심이 대단해보인다. 블랙이라는 문구도 없이 'carbon' 이 한 단어뿐.

전반적인 잉크의 느낌은 점성이 제법 높아 잉크가 번지지 않고 한곳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만년필 또는 펜촉으로 글을 쓸 때는 잉크의 성질을 사전에 알 필요가 있다. 필체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Brause 361이다. 닙이 다 닳아 거친 느낌이 그대로 튀어나온다. 필체보다는 색을 눈여겨 보자


블랙.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가장 어울리는 잉크가 아닐까 한다. 물론 온전한 블랙을 우리가 현실에서 만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글은 햄릿이 자기를 버린 것을 탓하는 오필리어에게 하는 대사 중의 한 부분이다.

 

몽블랑은 잉크 흐름이 좋은 덕에 빡빡한 카본도 이어 쓰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세일러나 플래티넘같은 세필 펜에 카본을 넣었더라면 자연스러운 이어쓰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까렌다쉬 잉크는 세 병이 있는데 카본이 가장 특별한 잉크가 아닐까 한다. 진한 블랙으로 잘 알려진 오로라 잉크도 이 잉크를 따라오기는 어렵다. 세일러의 '극흑'은 애초에 틀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그나마 비교가 가능하지 싶다.

 
까렌다쉬 잉크가 상당한 퀄리티를 보임에도 역시 높은 가격과 30ml라는 애매한 용량은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종이 위에 표현되는 '색'에 중점을 둔다면 좋은 선택이겠지만 그건 온전히 글쓰는 이의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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