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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road Aug 13. 2022

능내역에서

누군가에겐 아스라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곳

한 평생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기억들을 남길 수 있을까?


어느 카피처럼 우리의 기억은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기록 중에 가장 선명한 것은 사진이다. 그러고보면 사진을 아니 카메라를 들고 나간 게 얼마나 오래 전일인지 아득하다. 여담이지만 온라인 공간 이곳저곳에 나뉘어 있는 여러 기록들을 이곳 브런치로 옮기는 과정은 만만치가 않은데 그 와중에 요즘 이야기까지 적어야 하니 본의 아니게 바빠지는 여름이다. (그런 것치고는 이곳에 글을 올리는 속도는 참 느린 편이다)


아무튼 자동차에서 자전거로 이동수단을 바꾸고 나서(날렵한 로드자전거가 아닌 MTB를 고른 이유도 차차 적어갈 예정이다) 처음 든 생각은 국토종주지만 여러 여건 상 수월치는 않은 일인지라 체력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보기로 했고 능내역은 남한강자전거길 중 첫번째로 만나게 되는 인증센터다.


한 장소의 온전한 기억을 담기 위해서는 4계절을 모두 겪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여름에 만나는 능내역은 싱그러움과 고요함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니 어딜 가면 자전거 배경으로 사진을 찍게 되는 모양새다. 다른 분들처럼 이동하는 길의 사소한 모습들을 담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페달질만 해도 힘겨운 시기라 나중을 기약해본다)


능내역(2008년 12월 29일자로 폐쇄)은 폐역(廢驛)이다. 그러니까 이제 역으로서의 수명을 다한 세월의 흔적만 남은 곳이고 생각보다 이런 폐역은 제법 그 수가 많다.


기차 여행은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다른 교통 수단에 비해 인간적이고 아날로그적이다. 그리고 그 기차가 잠시 숨을 쉬어 가는 역은 수 많은 기억들의 저장고다. 이곳 능내역에도 참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 있을텐데...


하나의 길이 끝난 곳으로 다른 길들이 흐름을 만들어 모인다. 이제 기차는 지나지 않지만 자전거를 탄 많은 이들이 모여드는 곳이 되었고 다른 의미에서 다시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문구를 굳이 꺼내어 쓰지 않더라도 무언가 온전히 존재 자체가 사라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건거를 타야겠다고 생각이 든 것은 내 삶을 관통하는 "길"이라는 주제에 대한 관점의 전환에서였다. 도보와 자전거와 자동차(예전 같지는 않지만)정도면 이젠 가기 힘들어서 어디를 못 갔다는 말을 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길"을 가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수단은 튼튼한 다리가 첫번째고 그 다리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가 두번째가 아닐까 싶다. 가장 편한 것이야 물론 자동차겠지만 어쩐지 나이가 들 수록 사서 고생이 더 재미있어 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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