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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road Aug 26. 2022

밝은광장에서 한강을 보며

늦은 여름 이른 새벽 길을 나서다

자전거를 처음 고를 때 로드냐 MTB냐의 고민은 누구나 하게 된다. (하이브리드라는 대안도 있긴 하다) 내 경우는 등산을 자주 다니고 거친 길을 걷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MTB를 선택하는데 큰 망설임은 없었다 (쫄쫄이를 안 입어도 된다는 심적 위안도 있지만 크로스컨트리형 MTB면 입는 것도 괜찮다)


MTB의 장점이라면 세팅과 라이더의 스킬에 따라 꽤나 거친 길도 무난히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역시나 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무게와 일자 핸들에서 오는 피로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애초에 천천히 다니면서 풍경을 즐기자는 목적이었지만 대부분의 MTB라이더들이 경험하는 "지나갈게요"를 수시로 듣다보니 초심을 잃고 페달에 힘을 주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한번 해볼 생각이다.

'밝은광장'은 북한간자전거길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상당히 넓은 공간의 쉼터가 있고 무려 카페도 있어 본격적인 라이딩을 위한 베이스캠프같은 곳이다. 인증 도장을 얼른 찍어야 한다는 압박만 느끼지 않는다면 편안하게 앉아서 한강을 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터줏대감 고양이는 "또 인간이냐?"는 무심한 눈빛이다. 이 녀석이 본 자전거만 해도 몇 천 대는 되지 않을까 싶다. 밝은광장에 진입했다는 것은 북한강길을 탄다는 의미고 만약 직진을 했다면 남한강길을 탄다는 의미다. 이곳을 시작으로 샛터삼거리 - 경강교 - 춘천 신매대교로 이어지는 길을 가게 된다. 대략 거리는 70km 정도다.


왕복 140km면 하루에 다녀오기는 만만치 않은 거리인지라(밝은광장에서 귀가하는 거리도 생각하면 내 경우는 170km정도다) 보통은 춘천으로 건너가 아래로 내려오는 경로를 택하곤 하는데 나도 추석 때 도전해볼 생각인데 추석 당일에만 자전거석이 남아 있어 일단 예약은 해 두었다.


북한강자전거길을 알리는 표지석이랄까.. 아무튼 기점이라는 의미에서 상징성은 있긴 한데 맨 아래 부분은 굳이 적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상당히 많은 수의 인증센터들이 전화박스만 덩그러니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밝은광장은 그 의미와 활용성은 훌륭한 곳임은 분명하다.


자전거를 구입한 날부터 이 오리를 달고 다니는데 처음에는 좀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길을 달릴 때마다 이 녀석 머리 위의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가 혼자 다닌다는 외로움(?)을 꽤나 덜어주고 있어 정도 많이 들었다.


내일은 능내역 근처에 있는 마재성지에 다녀올 생각이다. 빠름에 연연하지 않고 느림에 마음을 두고 다녀올 계획이다. 애초에 그게 내가 MTB를 택한 이유 중의 하나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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