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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road Nov 09. 2022

자전거로 빵 배달하기

길은 멈추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닐까

자전거를 처음 타고 나서는 몇 km만 가도 체력이 방전되어 한참 쉬곤 했다. 타는 횟수를 늘려가고 비슷한 경로를 다니다보니 조금씩 멀리 갈 수 있게 되었고 초반에는 무조건 빠른 속도로 멀리 가는 것에 집착했지만 애초에 태생이 빨리 달리는 것과는 거리가 먼 MTB인 탓에 속도는 틀렸으니 차라리 멀리 가보자로 생각을 바꿨다. (물론 로드를 타면 더 적은 힘으로 더 멀리 더 빨리 갈 수 있다)


내가 주로 가는 경로는 고덕천에서 한강자전거 도로로합류해 북한강자전거길로 가거나 남한강자전거길로 가는 두 방향 중의 하나인데 어느 곳을 선택하건 거치는 곳이 하나 있다. 라이더들에게는 제법 알려진 이 가게는 소위 말하는 핫플레이스 중의 하나인데 이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생도나스(가게의 표현 그대로)는 10시는 넘어야 구입이 가능해서 보통 새벽 6시경 나가9시 정도에는 집에 들어오는 패턴이었던 여름에는 구입이 어려웠다.


계절이 바뀌고 새벽에 나가는 시간이 늦춰지면서 이집의 대표 메뉴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는데 사실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알 수도 없었고 알았다해도 교통수단이 애매한 이곳을 찾기는 어려웠을텐데 자전거 덕분에 새로운 경험이 늘어가는 요즘이다.


길은 언제나 어디로든 열려 있는데 우리는 익숙한 길에 안주하며 다른 길을 가는 것을 주저한다. 귀찮음과 낯선 것에 대한 경계도 선뜻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딛는 것을 머뭇거리게 하는데 일단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자전거는 그런 일단 나감에 도전하게 해 준큰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새로운 길을 가면서 보게 되는 풍경은 일상의 진부함과 타성을 깨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새벽에 나가는 나의 자전거 여행은 내 인생에서 정말 큰 이벤트가 되었다. 물론 굳이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차로도 도보로도 오지 않았던 길을 자전거를 타고 올 수 있었기에 내겐 의미가 있다.


빵봉투를 마땅히 들고 올 방법이 없어 핸들바에 걸어 두고 집으로 향한다. 보기에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추억이고 하루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길은 어디로든 언제나 열려 있다. 그길을 가는 것은 온전히 내 의지에 의함이지만 의지만으로 어렵다면 자전거를 타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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