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겨울 자전거를 타려면
겨울이 오면 자전거 커뮤니티에는 “시즌 오프입니다”라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많은 운동 중에 유난히 자전거가 겨울에 활동량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춥다는 이유로 생각하기에는 스키나 보드와 같은 동계 스포츠들은 오히려 “시즌 온”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전제는 자전거를 밖에서 타는 상황이다. 자전거 도로를 타는 로드건 임도와 산길을 달리는 그래블이나 MTB건 일단 밖으로 나간다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1. 몸과 생각이 둔해진다
자전거는 야외 운동이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는 보온 대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보온을 위해 옷을 두껍게 입고 장갑과 슈커버 등등의 월동대책을 마련하면 몸이 둔해진다.
예를 들어 장갑은 기어 변속과 브레이킹, 핸들 조작을 어렵게 한다. 몸에 딱 붙는 져지와 빕숏 등의 ‘에어로’한 복장을 추구하는 로드 라이더들에게는 상당한 제약 요인이고 비교적 복장에 자유로운 MTB나 그래블도 조작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속도를 포기하더라도 둔한 몸을 움직여 두 발 자전거를 조작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겨울바람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부위가 손과 발이다)
라이딩을 하다 보면 땀이 나는데 이 땀과의 싸움 역시 겨울 라이딩을 어렵게 한다. 여려 겹의 레이어링을 통해 땀을 말리고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조치를 수시로 해야 그나마 안정적인 라이딩이 가능한데 속도를 내며 달리는 여건 상 그냥 참고 달리는 경우가 많다. 겨울 라이딩을 제대로 하려면 자주 멈추고 정비하고 옷을 갈아입는 등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겨울 등산을 자주 다니는 분이라면 익숙하실 듯하다)
그리고 극단적인 추위나 더위는 생각의 속도를 상당히 방해한다. 굳이 운동을 하지 않는 분이라도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야외에서 판단이 흐려지는 일을 겪어본 경험이 있을 텐데 운동을 전제로 하는 자전거를 타는 와중에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은 곧 사고로 이어질 정도로 위험하다. (날씨가 좋은 경우에도 고속으로 운행 중에 잠시 멈추는 일은 쉽지가 않다)
2. 노면이 매우 위험해진다
사실상 겨울 라이딩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일단 집 밖으로 나가 달려야 하는 상황인데 얼어붙은 바닥은 고무바퀴 특히 두 바퀴로 움직여야 하는 자전거에 치명적이다. 네 바퀴로 달리는 자동차도 블랙아이스에는 속수무책인데 제자리 정지가 불가능하고 계속 무게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 자전거에게 얼어붙은 길은 낙차 위험을 몇 배로 증가시킨다.
다른 계절에도 나무 데크에 살짝 물기만 있어도 미끄러지는 게 자전거인데 얼음이 얼어붙은 노면은 치명적이다. 딱딱해진 도로(길)는 타이어 접지력을 큰 폭으로 떨어뜨리고 접지가 안 되면 내가 원하는 방향이나 속도로 제어가 안 되어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겨울철 라이딩 팁 : https://enduro-mtb.com/en/essential-mtb-winter-tips/
그렇다면 겨울에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게 좋을까? 우선 자신이 겨울에 밖에 나가 자전거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보자.
만약 겨울에도 자전거를 즐기는 것이 괜찮다면 우선 눈이나 비가 온 날 그래서 바닥에 얼음이 언 날에는 절대로 나가지 않기를 권한다.
맑은 날이라면 여러 겹의 보온 대책을 마련하고(백팩 등 휴대 추천) 수시로 정차해서 자신의 상황을 점검하며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계절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에 가급적 익숙한 길을 충분한 휴식을 하며 천천히 라이딩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