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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 때, 먹는 책

내 마음의 약, 천천히 씹어 먹으면 효과 더 좋음

by 설애

이렇게 쌀쌀한 것을 보니, 여름이다.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빵빵 틀다보니, 자리에서 일할 때 얇은 외투를 걸치고 있다. 그런데도 감기 기운이 돈다. 낮에 재채기하더니 이제 약한 몸살끼가 같이 있다.

이렇게 몸이 아픈데 정신이 멀쩡하면, 엄살이 생긴다.

(정신없이 아플 때는 엄살도 못 떤다.)

살살 엄살부리고 싶다보니, 찾게되는 책이 있다.


내 마음의 영양제들




20대부터 글을 옮기는 취미가 있었다, 그 때는 싸이월드로 날랐는데, 지금처럼 가공하지도 않고 그대로 키보드를 쳐서 옮겼다. 쓰면서 그 처방전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겼다.


북클립이 있는 곳을 펼쳐보니 이런 내용이다. 지금이라면 사지도 읽지도 않을 책이다. 이제 어른이라고 이런 충고는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인지...

아니면 이걸 옮겨적으며 잘 자라(?) 필요가 없는 것인지...

시간이 지나니 책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필요한 책도, 재미있는 책도 달라진다.




20대에서 30대를 건너오면서, 시를 필사했다. 이번에는 손으로 노트에 옮겨 적었다. 김재진 시인의 시집들, [연어가 돌아올 때],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함민복 시인의 [말랑말랑한 힘], 김경미 시인의 [쉿, 나의 세컨드는], [고통을 달래는 순서] 같은 것을 읽고 쓰고 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시를 옮겨쓰고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자기 전에 옮겨쓰기도 했다. 저녁에 쓰는 동안에 어렸던 딸이 같이 도와주기도 했다.


나의 필사, 딸의 삽화




30대, 내 마음을 다스려주면서 단어 하나하나 고르고 생각하게 했던 책은 [마음사전]이다. 빌려 읽다가 너무 좋아서 돌려주지 못하고, 새 책을 사서 돌려주고 이 책을 내가 가졌다. (뜬금없이 새 책을 돌려받은 그 사람은 그냥 가지지 뭘 사서 주냐고 황당해했다.)


이 책은 포스트잇도 잔뜩이고, 줄쳐놓은 곳도 많다.

읽으면서 맛있는 사탕이 녹아가듯이 '아, 아깝다.'했던 책이다.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엄살부려가며 처방전과 치료약을 뒤적거리는 한가한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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