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소설집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일단 넷플릭스 안 보고, 성해나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나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 사과 그림이 있는 책이 있는 것을 자주 목도했다. 그러다가 오쿠타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검색하다 만난 책소개 유튜버 Silver Book님의 리뷰가 좋아서 읽기를 결심했고, 마침 옆 자리에 앉은 사원님(이하, 짝꿍)께서 다 읽고 빌려주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보통 내가 이미 알던 작가이거나, 서점에서 직접 보면서 고르거나, 읽던 책 혹은 영화와 연관되는 책을 보는 것이 보통의 독서 패턴이다. 그리고 딱히 읽을 게 없으면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에서 골라 읽는다. 작년부터는 윌라로 책을 듣기도 한다. 혼자 읽다 보니(쓰고 나니, 이상하네, 책은 원래 혼자 보는 건데, 책에 대해 말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독서 영역이 좁아지는 느낌이라 다른 사람이 책 소개해주면 반갑다.
이렇게 책을 빌려 읽는 것도 오랜만이고, 유튜버 소개로 읽는 것도 처음이라 읽은 계기를 늘어놓게 되었다.
요약하면, 좀 기대하고 읽었다.
결론?
잘 읽었다.
술술 넘어가는데, 단편 하나하나가 끝나면 뒤돌아 보게 되는 책이다.
총 7편의 단편이고, 무지개처럼 색이 다 다른 매력이 있다. 다 읽고 짝꿍이랑 서로 어떤 단편이 좋았는지 말하기로 했는데, 짝꿍과 나는 모두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를 꼽았다. 아무래도 이과생의 취향이 저격된 것이 아닌가 싶다.
각 단편의 주인공을 소개해본다.
길티 클럽 : 김곤이라는 감독을 좋아하게 된 필리스틴과 김곤 팬클럽인 길티 클럽 멤버들
* 필리스틴 : 현대적 의미로는 문화나 예술 등에 무지하고, 세속적인 가치만을 숭상하는 사람, 즉 속물을 경멸적으로 이르는 말
스무드 : 김치도 먹어본 적 없는 한국계 2세대 이민자의 자녀, 미국인으로 처음 한국에 출장 온 듀이
혼모노 : 신이 떠난 박수무당, 신내림 받은 애기무당
구의 집 : 구의 집이라 불리는 고문실을 포함한 건축 설계자, 교수와 학생
우호적 감정 :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과 대기업에서 온 나이 많은 직원, 시작부터 같이 일한 직원
잉태기 : 부잣집 시부와 나의 경쟁적 내리사랑
메탈 : 94년생 메탈밴드 Co (코발트) 멤버들
주인공들의 한 줄 소개만 해도 단편들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각 단편들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받아내는 감정들이 생생하게 표현되는데, 마치 표지 사진의 사과처럼 두 가지 색이 다른 감정들이 마주쳤을 때 느껴지는 온도차, 엇갈리는 사과처럼 어긋나는 가치관 차이, 결이 다른 세대가 만나는 세대차, 맛이 다른 사과처럼 갈라지는 인생의 차이를 골고루 다루고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는 없다.
그래서 재미있었으나, 색, 모양, 결과 맛이 다른 사과를 하나로 붙임으로 인한 자연스럽지 않으며 불편한 감정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감정들로 인해 돌아봤음으로.
그 돌아봄으로 인해 또 성장할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