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역주행하는 이유, 모순

by 설애

역주행에 역주행을 거듭한 이 책을,

작가와 제목을 알고 있지만 읽어보지 않았던 이 책을 짝꿍에게 빌려보았다.

짝꿍이 엄청 추천해 주었다.

등장인물은 주인공인 안진진과 그의 가족, 그리고 만나고 있는 두 남자다.




안진진은 이름부터 모순이다. 진(眞)이라는 외자로 지으려다 동사무소에서 마음이 바뀐 아버지가 진진으로 이름을 지었다. 참되고 참답게 살라는 뜻이지만, '안'이라는 성을 붙이면 '안' 참되고 참답게 살라는 반대말이 된다. 삶을 두 배로 참되게 혹은 '안' 참되게 사는 것은 이 이버지 탓이다.


아버지는 일란성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인생을 갈라놓은 사람이다. 이모와 결혼할 뻔했다가 엄마랑 결혼한 아버지는 술 마시고 술잔을 던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종래에 집을 나가 가끔 들어오는, 남보다 못한 가족이 된다.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해 집을 이끄는 안진진의 엄마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책을 사서 보는 사람이다.


이미 말했듯이 어머니는
궁지에 몰리는 마지막 순간에는
버릇처럼 책을 떠올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외갓집에 자주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불행을 쌍둥이 자매의 행복과 비교당하지 않으려고... 이 안진진의 엄마는 안쓰럽지만, 힘내서 자신 앞의 불행을 헤쳐나가는 사람으로 불쌍하지는 않았다.


가종 중 누구 하나의 불행이
너무 깊어버리면
어떤 행복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법이었다.


안진진의 이모부는 이모가 내내 심심하다고 부르는 사람으로, 이모는 이모부 덕으로 부유하게 산다.

이모부는 그런 사람이었다. 비유하자면 이모부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의 경행이나 연착 없이 정시에 도착하고 정시에 출발하는 기차 같은 사람이었다.


안진진의 동생, 안진모는 사랑에 취하고 겉멋에 물든 남자다운 남자로 동네 조직에 몸담고 있으며 보스를 꿈꾼다.




안진진이 만나는 두 남자는 이모부처럼 정확하게 계획적으로 사는 나영규와 감정적인 꽃을 찍는 사진사 김장우다. 안진진은 두 남자 중 하나와 결혼하기로 마음먹는다.


나영규의 말


진진 씨 배가 고플 즈음,
아주 자연스럽게
이 통나무집을 지나기 위해서
드라이브코스 짜느라 머리 좀 썼어요.
나는 이런 계획 짜는 일이 정말 재미있어요. 시간이 내 계획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면 시간을 장악한다는 느낌도 괜찮고요.


김장우의 말


안진진.
인생은 한 장의 사진이 아냐.
잘못 찍었다 싶으면 인화하지 않고
버리면 되는 사진 하고는 달라.
그럴 수는 없어.


두 남자 중 누구와 결혼하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길 바라며, 스포일러는 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이 책의 말

역주행인 이유가 있다. 공감되는 구절이 많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말이었다. 그런 말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p51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p75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도 세월을 따라 살아갔다.
살아봐야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나는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이 남자와 저 남자를 고르는 선택에서부터

삶과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우리의 삶의 많은 선택과

알면서 속을 수밖에 없는 모순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혼모노, ほんもの, 진짜,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