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넷
나의 가난은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가난이 직업이라니,
햇빛도 돈이 없으니, 떳떳하다니
괴로왔을 그런대로 산 인생...
그래도 행복하셨겠지요?
돈이 무적인 세상에 데려와보고 싶은 시였어요.
내일 또 있답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