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꽃밭
겨울의 초입, 동면에 들어가야 할 라임이 꽃을 피웠다. 철없는 꽃.
지난 여름 꽃이 만발하고, 가을에 라임이 자라기 시작했다. 라임이 꽤 많았는데, 작은 나무에 열매가 많으면 오히려 못 자랄까 싶어 몇 개만 남겨두었었다. 그 중 단 하나만 초록초록하고, 동글동글하게 자랐다.
그 라임을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땄다. 라임향은 레몬보다 더 상큼하고, 달콤하지만 날카로웠다. 이 진한 시트러스 향에 서로 감탄하며, 향기로워진 술을 음미했다. 그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건강한 라임 나무는 또 꽃을 피웠다. 이 한겨울에 말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라임이 피워내는 달근하고 은은한 베이비 파우더 향으로 가득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딸아이가 사들고 온 꽃다발의 분홍 장미와 비단향꽃무의 향이 더해졌다. 장미 향은 크게 없는데, 비단향꽃무는 순백의 꽃이 주렁주렁 매달린 화려한 드레스의 외향에 어울리는 향이 난다. 눈에 띄고자 하지 않아도 눈길을 끄는 그런 향이 난다.
겨울의 차가움을 밀어내며 따스함을 지킨 흔적이 꽃으로 피어난다. 이 철모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가족은 서로 사랑하고 감사하며, 그 마음 변하지 않으며 온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우리 집에 핀 꽃들의 꽃말에서 그런 억지를 부려본다.
분홍 장미의 꽃말은 '감사, 행복한 사랑'
비단향꽃무의 꽃말은 '어떤 역경이라도 변하지 않는 사랑'
라임 꽃의 꽃말은 '부부의 사랑'
계절을 모르고 비닐하우스처럼 꽃이 피어버린 라임이 열매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라임이 어느 날, 귀한 사람들과의 만남에 시트러스 향을 더해주길. 그 만남이 우리의 일상에 활력을 주길. 그 일상의 활력이 우리의 행복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그렇게 많은 바람을 안고, 가늘고 긴 손가락처럼 쭉 뻗은 라임 꽃을 바라본다.
이 겨울의 꽃이 그 손가락 같은 꽃잎으로
내 삶에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주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