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묘비명: 신선한 우유를 만들어준 사람들

파스퇴르, 알 카포네

by 설애

신선한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기여한 사람들이 있다.


우유의 저온 살균법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는 생화학자이며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1861년 출판된 <자연발생설 비판>을 통해 발효가 미생물의 증식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1888년 프랑스 정부에서 개의 질병인 광견병의 예방과 치료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하여 설립한 파스퇴르 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지냈다.

파스퇴르의 저온 살균법을 이용하여 유통한 파스퇴르 우유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졌다. 저온 살균법은 파스퇴르의 이름을 따서 영어로 'pasteurization'이라고 한다. 파스퇴르가 이 기술을 개발할 당시 프랑스의 농업과 목축업, 이를 활용한 가공산업이 주된 수입원이었다. 목축업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이들의 운반 및 유통에 시간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우유와 포도주가 상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고온에서 살균하는 것은 우유를 엉키게 하고, 알코올이 날아갔으므로, 저온에서 살균하는 것이 유리하였다. 저온살균법이 완벽한 해법은 아니었지만, 살균에 대한 중요성을 밝히고 살균에 대한 기술이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파스퇴르는 파스퇴르 연구소 지하에 묻혀있다. 프랑스는 그를 프랑스 위인들이 묻힌 '팡테온 묘지'에 묻고자 하였으나, 그의 아내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같이 묻을 수 없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의 묘에는 묘비명이 없다. 다만 그의 묘 위 천장에 네 명의 천사가 신학적 미덕인 신념(Faith), 희망(Hope), 자선(Charity) 그리고 과학(Science)을 들고 서 있다.


파스퇴르 박물관 지하 파스퇴르 묘 천장 사진, 의협신문 제공




신선한 우유의 마진이 밀주보다 크다

신선한 우유를 공급하는데 한축을 담당한 것은 의외의 인물이다.

바로 미국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Alphonse Gabriel Capone, 1899-1947)이다. 그가 몸 담았던 조직은 '시카고 아웃핏'이었고, 1930년대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시카고에서 밀주를 했다. 밀주를 하며 빈센트 드루치가 두목인 아일랜드 마피아와 그가 소속된 이탈리아 마피아 간의 갈등이 생긴다. 양측은 서로의 밀주를 폭탄과 총격전을 통해 강탈하고 밀조 공장을 습격하고 방화하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조직원이 사망했다.

이 밀주의 시대가 끝나갈 때 알 카포네는 사업을 확장한다.


모두가 매일 찾는 상품을 취급해야 해.
술은 아니야.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이상,
대다수의 사람들은 파티할 때나
진이나 스카치를 한두 병 정도 사는 게 전부야.

하지만 우유는 말이지!
모든 가족들은
매일 우유를 식탁에 올리려 하지.

그의 새로운 사업 영역은 바로 우유였다. 당시 우유 생산 및 유통의 수요가 많았으나 손수레, 개나 말이 끄는 마차 등으로 느릿느릿 배달하였고, 상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상한 우유를 밀가루나 석회로 가려 다시 팔아, 상한 우유를 먹고 사망하는 아이들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막 국회의원은 낙농업체의 로비를 받아, '조금 상한 우유는 오히려 몸에 좋을 수 있다'라고 하는 등의 망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알 카포네는 목장주와 유통업체 사장을 납치, 협박하여 자신이 그 유통 과정을 장악하고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유리병 제조, 냉장 수송차 등 유통 과정까지 잘 관리하고 미국 의회에 로비하여 우유의 유통기한을 법제화하는 등 철저하게 우유의 유통 제도와 안전성을 확보한다. 사실 우유 사업은 밀주 유통망 확립(밀주의 품질 관리도 확실했다고 한다.)과 돈세탁을 위한 가짜 사업이었다.

그의 묘비명은 단순하다. 마피아의 묘비명을 추가로 찾아보았으나, 없거나 알 카포네처럼 단순하다.


예수여, 자비를
My Jesus Mercy
미주중앙일보 제공



죄가 많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자비를 구하는 그의 묘비명은 모순적이다. 마치 그가 돈세탁과 탈세를 위해 우유의 신선함을 확보한 것처럼 말이다.


참조 : 나무위키 알 카포네




신선한 우유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우유에도 역사가 있고 기여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신선한 우유를 마실 때마다 우리를 이들을 떠올리지 않는다.


당연하다.


가끔 어떤 목표는 인류의 목표와 별개로 선정되지만,

큰 흐름에서 그 목표가 인류의 목표로 흐르기도 한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그 일의 가치는 지금은 모를 수도 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