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에밀리 디킨슨
죽음을 통해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 제목은 영화 <박하사탕>의 대사를 떠올리며 썼습니다.
그녀의 세 가지 소원
프리다 칼로 드 리베라(Frida Kahlo de Rivera, 1907-1954)는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그녀의 아버지인 기예르모 칼로는 독일계로 그녀의 이름인 '프리다'는 독일어로 평화를 뜻한다. 6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가 약해지는 장애가 생겼고, 18세 때 교통사고로 척추와 오른쪽다리와 자궁을 크게 다쳤다. 이런 그녀의 소원은 세 가지다.
나의 평생소원은 단 세 가지,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
디에고는 그녀의 남편이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보다 20살 이상 나이가 많으며, 화가이자 혁명가였다. 그녀가 그를 사랑한 만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외도가 끊이지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그녀의 동생과도 관계를 가졌다. 프리다가 가졌을 상실감과 배신감은 깊고도 깊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남편인 디에고와 이혼한다. 훗날 칼로는 디에고와의 만남이 교통사고에 이은 ‘두 번째 대형사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혼 후 1년 뒤에 디에고가 다시 찾아오고 그들은 경제생활과 성생활을 함께 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재결합했다. 프리다의 몸은 교통사고로 망가진 척추로 살기 위해 30차례의 수술을 하고, 많이 무너져 있었다. 그 몸으로 계속 그림을 그린다. 그녀의 그림은 자화상이 많은데, 그녀의 상처를 담은 자화상은 말을 잃게 한다.
그녀의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떠난다는 말을 '외출'로 번역한 글도 많이 보았는데, 나는 '외출'이 아니라 '떠남'이 더 맞지 않을까 해서 스페인어 원문으로 번역기를 돌려가며 고쳤다. 하지만 내가 그녀라면 '떠남'보다는 '탈출'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녀의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그리고 교통사고 같은 남편과의 만남. 비운의 삶에서 그림을 그리며 견뎌낸 그녀는 강인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뜻대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이 떠남이 행복하길.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Espero alegre la salida
y espero no volver jamás
제목이 없는 시
에밀리 엘리자베스 디킨슨(Emily Elizabeth Dickinson, 1830-1886)은 1,775편의 시를 남긴 미국 시인이다.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은거한 시인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생애의 대부분을 고향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에서 보냈다. 그녀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공동묘지가 있어, 장례를 바라보며 죽음에 대한 시를 500편가량 썼다. 그녀는 그녀의 유품을 모두 태우라고 유언했으나, 다행히 유언을 따르지 않아 동생 라비니아 디킨슨에 의해 44개의 시 꾸러미로 발견되었다. 시에 제목이 없어서 시에 숫자를 붙여 구분하였으며, 첫 번째 문장이 시의 제목으로 활용된다.
그녀의 시 하나를 본다. 우주를 담은 거대한 시에 감탄한다. 그녀의 시는 독창적이고, 사후에 천재성을 인정받는다.
J498 - How happy is the little Stone
How happy is the little Stone
That rambles in the Road alone,
And doesn't care about Careers
And Exigencies never fears -
Whose Coat of elemental Brown
A passing Universe put on,
And independent as the Sun
Associates or glows alone,
Fulfilling absolute Decree
In casual simplicity -
'저 작은 돌멩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 길 위를 홀로 거닐며 /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네 / 절박한 상황도 두렵지 않고 / 그의 근원적인 갈색 코트를 / 지나가는 우주가 입고 / 태양처럼 독립적으로 / 협력하거나 혼자 빛나거나 / 편안한 단순함 안에서 / 절대적인 명령으로 만족하네.' (설애 해석)
그녀의 죽음에 관한 시들은 모두 인상적이었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장례식이나 작년에 죽어버린 나에 대해 쓴 시, 그리고 내가 죽음을 위해 멈추지 않으니 죽음이 친절하게 내게 멈추었다는 문장.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무덤 너머로 보고 싶다는 소망과 그 사람을 위해 죽는 것이 하찮다는 말. 그녀는 “북극성처럼 빛나는” 존재로 그녀를 대하던 오티스 로드 판사가 죽은 지 2년 뒤에 죽는다. 그녀는 죽음을 곁에 두었고, 죽음에 관해 많은 글을 썼다. 하지만 그녀의 묘비명은 짧고 강렬하다.
Called Back
불려 간다
* 침고
서술된 시의 번호 및 제목 리스트
[시 280. I felt a Funeral, in my Brain],
[시 445. 'Twas just this time, last year. I died],
[시 712. Because I could not stop for Death],
[시 1001. The Stimulus, beyond the Grave],
[시 1013. Too scanty 'twas to die for you]
외롭게 산 그녀들의 삶은 명화와 명시로 남았다.
삶의 고독을 감당했던 그녀들
어쩌면 죽음이 친구 같았을 그녀들에게 돌아가고 싶은 곳은 어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