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일- 계절을 읽는 마음, 볕뉘

계절을 읽는 마음, 볕뉘

by 설애

먹고 사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살고 먹는 일은 조금 어색하다.


이 책은 먹는 일은 삶의 연료를 주는 일일 뿐 아니라, 삶을 씹어 먹는 일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속삭여준다.


아는 언니가, 먹는 게 너무 귀찮아서 영양소를 한 알로 압축해서 먹으면 좋겠다고 했다. 석사 논문을 써 내려가며 먹는 시간도 아까워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긴박한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힘들겠다고 위로하면서도, 그러면 먹는 재미가 없어서 더 힘들지 않을까요, 하고 누군가 답했다.


먹는 재미, 씹는 운동, 그 이전에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일, 그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일, 그 일들은 삶의 구원이 되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나아가 같이 먹는 사람들은 식구가 된다. 가족이라는 다른 이름은 같이 먹는 사람인 식구다. 그렇게 혼자 사는 일이 아니라, 같이 사는 일이 되는 것은 같이 먹는 것에서 기인한다.


직장 생활이란 이런 것이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지만, 점심시간 하나로 버티는 인생. 피난처가 있어야 다시 전쟁터로 나갈 힘도 나는 법이다. 인생이 늘 달기만 하다면, 그건 어쩌면 미각을 잃은 인생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울컥하고 때로는 짠하고, 그래서 깊은 맛이 나는지도 모른다.
p26
만두 여섯 개를 허겁지겁 다 먹고 나니 등줄기엔 여전히 땀이 흐르지만, 입꼬리는 올라가 있다. 나란 여자는 참 쉬운 여자다.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풀리고, 좋은 기분은 결국 더위마저 식게 만든다.
p39
상한 국물을 억지로 끼니에 올리지 않듯, 더 이상 따뜻해지지 않는 관계라면 미련 없이 걷어내야 한다.
누구와도 잘 지내야 한다는 믿음이 오히려 자신을 상하게 했다.
p86~87


좋은 사람들과 먹는 밥은 마음을 살찌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도 마음이 통한다면, 한 끼의 식사가 더 맛있고 그 장소는 더 좋아진다. 먹는다는 것은 영양소의 공급이라는 역할 이외에도 많은 경험과 추억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힘들 때 매운 것을, 외로운 때 뜨거운 것을 먹고, 누군가와 같이 한 끼를 먹기를 희망한다. "밥 먹었어?"라는 질문에 위로가 되었다는 볕뉘 작가님의 작가의 말은 그런 우리 삶을 잘 비춰준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우리는 마음을 살찌운다고 한다. 그것도 결국 마음을 위해 먹는 일이다.


어제는 며칠간의 흐린 날씨가 풀리는 맑은 하늘의 날이었다. 찬 바람이 불어왔지만, 마음에는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던 그런 만남을 가졌다. 그리하여 맛있었던 '역조공'의 기억과, 끝없이 이어졌던 마음과 소중한 선물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귀한 인연으로 마음을 채운다.


[계절을 읽는 마음]은 음식을 꼭꼭 씹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 책이다. 그렇게 좋은 책으로 마음을 채운다.


현실에서도 찬 바람이 자주 분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 출근하고 문을 나서는 힘은, 이렇게 건강한 만남으로부터 생기기도 한다.


글도 좋고, 사진도 좋았던 예쁜 표지의 책, [계절을 읽는 마음]을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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